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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이 May 02. 2021

압존법, 그게 뭐지?

오늘은 다른 건 아니고, 국어 얘기 좀 해보자.


우리 부서는 부장께서 전달 사항 같은 게 있으실 때 한자리에 모두 모여 종례를 한다. 그런데 갑자기 국어? 우리는 기사를 쓰지도 않는데? 그날 부장께서는 영상 취재라든지 방송 사고라든지에 관해 평소에 하시는 말씀과는 좀 다른 말씀을 하셨다. 보고를 할 때나 대화를 할 때 압존법을 써주기 바란다는 것이었다.



내 자리가 사무실 앞쪽이라 평소에 부장께서 혹은 데스크 선배께서 잠깐 자리를 비우시면 내가 우리 부서에 걸려오는 전화를 받을 때가 많다. 그날 아침에도 윗분들께서 전화를 하셨는데 아무도 안 계셔서 내가 받았고 ‘전화 대신 받았습니다. 부장 지금 자리에 안 계십니다’라고 말했다. 데스크 선배 있냐는 질문에 ‘데스크 선배 자리에 안 계십니다’라고 답했다. 부장께서도 따로 전화를 하셔서 내가 받았고 데스크 선배 사무실에 돌아오면 바로 부장께 전화 달라고 전달하라는 말씀에 ‘넵, 오시면 전달해 드리겠습니다’라고 말했다.


해외 생활을 오래 한 나는 그날 압존법이라는 걸 난생처음 들었다. 내가 그동안 압존법을 쓰고 있지 않았다는 걸 부장께서 드신 예시들을 통해 바로 알 수 있었다. 실수하는 줄도 모르고 실수하고 있었다는 게 쪽팔렸다.


네이버에 압존법에 대해 검색해보다가 압존법은 폐지된 문법이라는 것, 하지만 군대에서 쓰였던 만큼 여전히 많은 직장 내에서 쓰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누군가는 기본 중의 기본인 예의범절이라고 하고 누군가는 언제 적 군번 따지기냐며 사라져야 할 악습이라고 하더라. 그래도 어느 정도는 신경 써야 한다는 의견들이 대부분이었다.


문제는, 높여야 할 대상이지만 듣는 이가 더 높을 때 그 공대를 줄이는 걸 압존법이라고 한다는데 내게는 말하는 이가 높여야 할 대상을 높이지 않는 게 예의 없게 들렸다. 화자 입장이 아니라 청자 입장에서 생각하면 이해하기 쉬울 거라고 하던데 내 후배들이 본인들보다는 선배지만 나한테 후배인 사람에 대해 말한다고 상상해봐도 내게는 ‘ㅇㅇ선배 지금 오고 계십니다’가 ‘ㅇㅇ선배 오고 있습니다’ 보다 예의 있게 들렸다. 압존법이 아직 익숙지 않아서 그런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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