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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이 May 03. 2021

강아지를 키우고 싶다.

중국에는 사람보다 큰 대형견이 많다. 차우차우같이 개가 아니라 사자같이 생긴 애들이 많다. 그래서 나는 개를 귀여워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대형견은 아니었지만 중형견 한 마리가 이빨을 드러낸 채로 침을 질질 흘리며 걷고 있었던 엄마와 동생과 나를 향해 달려들어서 우리가 본능적으로 뛰었는데 빨리 뛰지 못한 동생이 다리를 물리는 사고를 당했다. 심지어 그 개는 광견병 주사를 맞지 않은 개여서 동생은 한 달 동안 매주 한 번씩 병원에 가서 주사를 맞아야 했다. 참고로 난 그 전까지 중국에서 병원에 가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동생과 함께 간 병원은 위생적이여 보이지 않았다. 그 사고는 나에게 아주 큰 트라우마로 남았고 그 후로 나는 개를 무서워하게 됐다.


고등학생이 되고 친해진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네 동네에 학원이 많았고 엄마를 조르고 졸라 그 동네의 수학 학원을 다니게 되었는데 그 친구도 그 학원에 다녔다. 그 친구의 어머니는 내가 학원에 가기 전 저녁밥을 해결하기 마땅치 않다는 걸 아시고는 나에게 친구와 함께 밥을 먹고 학원에 가라고 집에 초대해 주셨다. 아직까지도 너무 감사한 게, 한 번일 줄 알았던 그 초대는 한 번에서 그치지 않았고 나는 그 집에서 2년 동안 학원에 가는 날엔 거의 매번 밥을 먹게 됐다. 나중에는 그 친구의 아버지와 동생과도 가까워져 무슨 한 가족처럼 다 같이 밥을 먹었다.


그 친구는 말티즈를 키웠는데 개를 무서워하던 나를 위해 그 친구는 처음에는 내가 그 집에 놀러 갈 때마다 몰티즈를 방에 가둬놓아 줬다. 자주 가다 보니 말티즈에게, 또 본인의 개를 가둬야 하는 그 친구와 그 가족들에게 미안해졌고, 한 번 풀어줘보라고 했다. 짖으니까 무섭긴 무서웠다. 그런데 참았다. 몇 번 참다 보니 익숙해졌고 익숙해지니 정이 들었다. 우리가 집에 오면 도어락을 누르기도 전에 반가워 현관문을 긁는 게 귀여웠고 재롱을 떠는 게 귀여웠고 간식을 달라고 냉장고 앞에서 기다리는 게 귀여웠고 배를 까고 자는 게 귀여웠고 우리가 학원에 가려고 짐을 챙기기 시작하면 시무룩해 낑낑대는 게 귀여웠다. 나중엔 똥 싸는 것도 귀여워 보이더라. 그렇게 트라우마는 사라졌다.



나는 강아지를 키우고 싶다. 길 강아지들에도 그렇게 눈이 간다. 집에서 누군가가 기다리고 있는 선후배들이 부럽다. 빨리 들어오라는 재촉 전화조차 부럽다. 불 꺼진 집이 그렇게 들어가기 싫다. 그런데 개를 나의 외로움을 달래주는 존재로만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걸 안다. 우리 집엔 나 혼자 살고 내가 밖에서 일하는 동안 개를 돌봐줄 사람이 없으니 개를 키울 수 없다. 어찌어찌 혼자 살며 키울 수 있다고 해도, 지금 사는 7평짜리 빌라 원룸에서는 개를 키울 수 없다. 개가 생활할 수 있을 정도의 행동반경을 마련하려면 더 큰 집으로 이사를 해야만 한다.


개를 키울 수 있는 날이 빨리 오면 좋겠다. 이왕이면 애교 많은 푸들이나 발랄한 비숑과 함께 친구처럼 지내고 싶다. 아니다, 똥강아지여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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