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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이 May 17. 2021

실수 또 실수


약을 먹은 지 한 달이 됐다. 하루 종일 몽롱한 상태다. 처음엔 별거 아니라고 생각했다. 야근 때 야근 1진 선배께 ‘ㅇㅇ선배 아직 야구장에 계세요. 경기 거의 끝나가서 교대는 안 해드려도 된다고 전달받았습니다’라고 말했더니 선배께서 ‘너 아까 나 출근할 때 말했잖아’라고 말씀하셨다.


내가? 말했다고?


몇 시간 후, ㅇㅇ선배께서 안 오셔서 야근 1진 선배께 ‘ㅇㅇ선배께 연락드려볼까요?’라고 여쭸더니 ‘야 뭐야, 아까 들어오는 거 봤잖아’라고 말씀하셨다.


내가? 봤다고?


친구들도 그랬다. 내가 방금 한 이야기를 마치 처음 이야기하는 거처럼 한다고. 더하지도 덜어내지도 않고 똑같이 말한단다. 뭘 까먹으면 남들이 말해줬을 때 ‘아 맞다, 그랬지’ 하고 기억이 나야 하는데, ‘어? 그랬어?’ 기억이 나지 않았다.


집중이 안돼서 정신 나간 사람처럼 멍 때리고 있다가 별 실수를 다 했다. 회사 다니면서 지금껏 한 실수를 전부 다 합쳐도 지난 2주 동안 한 실수보다 많지 않을 거다. 시청 3진 아니냐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자주 가는 시청 코로나19 브리핑 일정에서 오디오 라인을 안 꼽고 있었다. 진행자가 말하는데 소리가 안 들어와 그제야 알아채고 급하게 오디오 라인을 꼽은 후 다시 카메라를 잡아야 했다.


이런 식으로 실수 또 실수를 하니 선배들께 엄청 깨졌다. 그런데 나도 이런 내가 너무 당황스러워 죄송하다는 말도 안 나왔다. 정신 차리고 싶은데 또 그러고 또 그랬다. 눈물이 났다.


내가 왜 이러지?


극단적으로 '내가 남들한테 너무 피해를 주고 있는  아닐까? 일을 그만둬야 하나?' 하는 생각도 했다. 야근  약을    먹는 걸로만도 공황은 다시 찾아왔다. 약을  먹을 수는 . 약을 먹는  모르시는 선배들께서도 잠깐 연차를 내고 쉬고 오는  어떻냐고 하셨다. 일단 연차를 내고 이번  , , , 토를 쉬기로 했다.


괜찮아질 거야. 다독여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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