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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이 Apr 29. 2021

최또술이 술을 끊었다고?


술을  모금도 입에 대지 않은지 2주가 넘어간다. 친구들 사이에서  별명은 ‘OO   마셔?’ 줄인 ‘최또술인데 내가 술을  모금도 입에 대지 않은지 2주가 넘어간다는  나조차도 믿기지 않는 일이다.  갈증을 달래기 위해 시원하게 소맥  잔을   소주로 달리는 소주 파다. 하이트진로 주식을 갖고 있고 참이슬 광고 포스터가 집에 붙여져 있기도 하다. 와인이나 샴페인은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위스키, , 보드카 등의 양주는 좋아한다. 집에 위스키  병은 두고 산다.  정신으로   없어 술에 매달렸다. 한국에서는 술집도 늦게까지 열겠다, 아주 퇴근하면 선배들이랑 약속을 하지 않았어도  거처럼 술을 마셨고 기본 3차였다. 다들 약속이 있어 마실 사람이 없으면 집에 와서 혼술을 했다. 저녁에만 마신 것도 아니다. 아침부터, 점심부터 마시기도 했다. 대부분의 음식을  없이는  먹었다.


알코올 중독 테스트에서 25점 만점에 25점이 나왔다며 의사 선생님은 일단 한 달만이라도 금주를 강력히 권하셨고 난 지금까지는 금주를 잘 실천하고 있다. 약 중에 술에 대한 갈망을 억제해 주는 항갈망제가 포함되어 있어서 그 도움이 큰 것 같긴 하다.


술을 끊자 내 일상에는 변화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첫째, 사람들과 정상적인 대화가 가능해졌다. 얼굴을 보고 서든 전화로든 맨날 내 이야기 위주로만 내뱉었다면 이제는 상대방의 이야기도 경청할 수 있게 되었다. 대화 내용이 가물가물할 때도 많았는데 이제는 내가 하는 말도 듣는 말도 다 기억을 하니 대화를 이어가며 더 깊은 대화를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대화를 하다 실수를 하면 다음 날이라도 미안하다고 사과할 수 있게 되었다.


둘째, 집을 청소하고 가꾸게 되었다. 먼지가 가득 쌓여 있던 집을 뒤집어엎고, 화장실의 물때, 주방의 기름때도 벗기고, 매트리스, 이불, 베개 커버도 바꾸고, 옷도 종류별로 정리하고, 꽃병에 꽃도 꽂아 놓았다. 깨끗한 집을 보고 있으면 기분마저 상쾌해지더라.


셋째, 영화관에 가서 영화를 보거나 공원에 가서 산책을 할 수 있는 개인 시간을 갖게 되었다. 항상 예능도 유튜브를 통해 짧은 짤로만 보다가 처음부터 끝까지 보니 더 재밌고 다음 주 그 시간을 기다리게 되더라.


아직 술을 끊은 지는 2주밖에 되지 않았고 평생 술을 입에 대지 않겠다고는 말을 못 한다. 하지만 나중에 약의 도움을 받지 않고 내 의지로도 가능하다면 매일 취해있던 삶으로 돌아가고 싶지는 않다. 매일 취해있지 않아야 누릴 수 있는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들을 하나하나 알아가고 있는 중이기 때문이다. 나도 이렇게도 살 수 있구나 하루하루 신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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