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랑 하는 산책

by 초이

할머니는 내가 할머니 댁에 갈 때마다 항상 한상 가득 음식을 차리신다. 갈비, 잡채, 더덕구이, 꽃게찜 등등. 한상 가득 차려진 음식을 먹고 나면 배가 터질 거 같다. 그럼 나는 소화도 시킬 겸 허리가 아프신 할머니를 데리고 산책을 한다. 할머니는 바퀴 달린 손수레 같은 거에 몸을 맡겨 걸으신다.


할머니, 달이 참 이쁘다. 그치?


손수레를 잡으신 손 위에 내 손을 얹고 할머니 온기를 느낀다. 할머니 손은 쭈글쭈글하다. 짧게 기도를 한다. '오래오래 사시게 해주세요.' 그러고는 나도 모르게 잔소리를 한다. "할머니, 나 없어도, 걷기 힘들어도 산책 자주 해야 돼. 계속 집에 누워만 계시면 허리 말고 다른데도 아프기 시작할 수 있어요. 요즘 산책 아예 안 하지?"


괜히 동네 산책로에 있는 어르신 놀이터에서 어깨 운동도, 다리 운동도 한 번씩 시킨다.


할머니, 나한테는 이제 친할아버지도, 친할머니도 안계시잖아. 엄마, 아빠도 멀리 있잖아. 할머니 건강해야 돼.

할머니는 아직 튼튼하다면서 운동기구에 한 번 더 오르신다. 내가 너무 무리하지 말라고 이제 그만 내려오라고 해야 내려오신다. 할머니는 다시 내 손 위로 할머니 손을 얹으신다. 우리는 그렇게 손을 잡고 발을 맞춰 걷는다. 마음 아프게도 한 달 전 보다 오늘 더 힘들어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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