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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이 Jun 09. 2021

얼마나 더 반복되야 하나

아빠는 항상 나와 내 동생에게 꿈에 대해서 이야기하게끔 하셨다. 식탁에 둘러앉아 내 차례가 오면 나는 기자가 되고 싶다고 했다. 어떠한 기자가 되고 싶냐는 물음에 사회에서 소외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기자가 되고 싶다고 했다.


나는 기자가 되었다. 기자가 되고 싶다는 목표를 이루고 나니 정작 내가 어떤 기자가 되고 싶었는지는 잠깐 잊었다. 너무 바빠서 그냥 나에게 주어진 몫만 어느 정도 해내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문득 더 노력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무엇보다 사회에서 소외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더 진심을 다해 대해야 한다. 양부모의 학대로 인해 숨진 16개월의 정인이, 제대로 된 안전 교육, 지침, 장비 없이 평택항에서 컨테이너 보수 작업을 하다 숨진 23살의 이선호씨, 공군 부대 내 성추행으로 인해 숨진 24살의 이 중사. 마음 아픈 일이 너무 많다. 아직 갈 길이 멀다. 수많은 안타까운 죽음을 마주하고도 바뀌지 않는 사회에서 같은 죽음이 반복될 때 나는 기자로서 회의감을 느낀다. 언론이 언론의 역할을 다하지 못한 것은 아닐까 하고 말이다.


나는 회사의 경영이나 행정 그 어느 것도 잘 알고 있지 못하다. 이 안에 있지만 내가 모르는 이해관계는 너무 많아 보인다. 내가 너무 몰라서 하는 이야기일 수도 있겠지만 기자이기 전에 노동자고 노동자이기 전에 사람인 나도 기자임을 되새기고 또 되새긴다. 회사도 물론 언론사이기 전에 수익을 내야 돌아갈 수 있는 회사겠지만 언론사임을 잊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직 나는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위치에 있지도 않다. 하지만 언론이 국민의 신뢰를 잃은 지는 이미 오래다. 높은 분들에게 그리고 내가 모르는 이해관계에 엮여 있는 모든 분들에게 우리는 지금 잘 가고 있지 못하다고 감히 말씀드리고 싶다. 같은 죽음이 반복되기 전, 우리는 먼저 짚어 내야 한다. 그래야 바뀐다. 물론 언론이 언론의 역할을 다 해도 당장 바뀌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빛은 결국 어둠을 이긴다. 이건 역사가 말해준 세상의 진리이다.


고 손정민 군의 이름을 이렇게 꺼내고 싶지 않지만 나는 이번에도 또 한 번 놀랐다. 언론이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일에 대해 알리는 것? 중요하다. 그런데 언론이 중심을 잡지 못하는 것은 문제다. 그 사건을 불필요하게 너무 많이 소비하느라 우리가 놓친 건 없었을까?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야만 하는 일 말이다. 분명 있었다. 우리는 또 한 명의 고 김용균 씨를 마주하기 전에 중대재해처벌법이 현장에서 어떻게 적용되고 있는지를 먼저 짚어 냈어야 한다. 이것 말고도 우리 앞에 놓인 숙제들은 너무 많지 않은가.


항상 '기레기'만 욕할 것도 없다. '기레기'는 어쩌면 우리 사회가 만들어 낸 핑곗거리일 수도 있다. 물론 정말 지탄받아야 할 '기레기'가 있을 수도 있다. 그런데 언론이 언론의 역할을 다하지 못하는 게 정말 '기레기' 때문일까? 이 핑곗거리 때문에 바뀌지 않는 것은 아닐까? 더 큰 구조의 문제다. 그 구조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한 나라의 언론은 모두 함께 만들어 가는 것이다. 언론 종사자들은 언론 종사자들의 역할을 다하고 시민들은 시민들의 역할을 다해야 구조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공영방송의 지배구조에 시민이 참여할 수 있도록 개혁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공영방송의 이사회와 사장은 정치권력, 경제권력의 나눠먹기 식으로 추천, 제청되어 왔다. 법적 근거 없이 암묵적인 관행으로 임명될 경우, 공영방송은 기득권의 전리품이 될 수 밖에 없다.


난 오늘도 보다 더 나은 사회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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