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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이 Jun 12. 2021

나는 스폰 받을 생각을 단 한 번도 한 적이 없다.


홍콩대 다닌다고? 그런데 왜 이런 데서 일해? 돈 필요해? 나 돈 많은데. 돈 많은 사람들도 많이 알고.


명함을 건네며 건물 몇 채에 어쩌고저쩌고. 웬 오지랖에 자뻑인가 싶었는데 술에 취한 채 신고 안 당할 정도의 스킨십을 은근히 해대면서 스폰이라는 단어를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더라. 알바 하면서 세 번 정도 이런 개새끼들을 만났다. 그중에는 아빠뻘도 있었다. 억지로 카톡 친추를 해갔는데 프로필 사진은 아내랑 병아리 같은 유치원생 아들내미랑 찍은 거 더라. 부끄럽지도 않나. 하긴 뭐가 부끄럽겠어. 이미 옆에 여자를 여럿 끼고 주물떡대던 개새끼였다. 홍콩에는 스폰 받는 한국 언니들이 많았다. 불법이지만 한국 음식점이랑 연계되어 있는 언니들도 많았다.


나는 열심히 사는 20대 초반의 청년일 뿐이었다. 그런데 그런 말들은 안 그래도 모든 걸 갈아 넣어 겨우 살고 있는 나에게 그 모든 걸 갈아 넣은 내 세상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짓밟는 거와 같았다. 내가 왜 저런 말을 들어야 하나 자존심이 너무 상해서 울고 울다가 헛구역질이 나왔다.


홍콩대 다니는데 왜 이런 데서 일하냐고?


그들은 내 세상을 짓밟음으로써 ‘홍콩대 다니는 쟤도 내 밑이다, 내가 위다’를 온몸으로 느끼며 즐거워했다.


나중에는 나름 면역이 생겨서 돈 많다고 밑밥을 던지는 개새끼들한테 웃으면서 그랬다. 많으면 얼마나 많냐고. 돈 많은 사람들이 왜 여기 와서 술을 마시냐고 말이다. 끝까지 들어주지도 않았기에 세 번에서 끝났다.


처음 그런 말을 들었을 때 엄마한테 울면서 전화했던 기억이 난다. 세상이 너무 더럽고 무섭다고. 다들 이렇게 사냐고. 어른들은 다들 이렇게 사냐고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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