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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이 Apr 05. 2021

<라일락> 첫사랑, 젊은 날의 추억


아이유가 정규 5집 앨범과 함께 돌아왔다. 아이유는 그녀가 예고했던 대로 이번 앨범을 통해 자신의 20대와 화려한 인사를 했다. 나는 아이유를 좋아한다. 나는 그녀가 10대때 불렀던 'Boo', '있잖아', '마쉬멜로우', '좋은 날', '너랑 나'같은 통통 튀고 발랄한 노래들에 반해 그녀를 좋아하기 시작했고, 그녀가 20대때 작사를 시작하면서부터 그녀의 세계에 점점 더 빠져버리고 말았다.


이번 앨범은 그녀의 나이 시리즈 20대 총정리 편이라고 볼 수 있을 거 같다. 아이유는 '스물셋'에서는 'I'm twenty three, 난 수수께끼, 뭐게요, 맞춰봐요'라며 스물셋 이지은이 성인이 되어 느꼈던 혼란과 불안을, '팔레트'에서는 '이제 조금 알 것 같아 날'이라며 스물다섯 이지은이 스스로에 대해 조금은 더 알게 되며 겪었던 성장을, '에잇'에서는 '모든 게 맘대로 왔다가 인사도 없이 떠나, 이대로는 무엇도 사랑하고 싶지 않아'라며 스물여덟 이지은의 반복되는 무력감과 무기력함, 그리고 그녀가 슬프지 않았고 자유로울 수 있었던 '오렌지 섬'에 대한 그리움을 노래했다. 결국 이 모든 것들이 하나가 되어 이번 앨범에 담겼다. 그 앨범의 이름은 ‘라일락’. 라일락의 꽃말처럼 그녀는 많은 이들의 첫사랑이자 젊은 날의 추억이었다.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는  직업인 그녀조차도 사랑에서도 우정에서도 일이나 어느 세상사에서도 제일 소중한  본인이라고 자주 말한다. 그렇게 제일 소중한 본인에 대해 끊임없이 알아가며 스스로를 사랑하고 아껴줄  아는 그녀. 나는 이런 그녀이기에 아이유가 모두를 포용하고 아우를  있는 노래들을 만들  있다고 생각한다.


분명 누군가는 그녀를 싫어할 것이다. 하지만 '삐삐'에서 아이유는 말한다.  넘지 말라고. 나는 항상 사람들 눈치를 보며 산다. 남들이 이런 나는 어떻게 생각할지, 저런 나는  어떻게 생각할지. 그런데 살면서 느낀다. 그런 나는   괴롭힐 뿐이다. 누군가가 나를 싫어한다 해도 괜찮다고 스스로에게 말할  알아야 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도
아물지 않는 일들이 있지
내가 날 온전히 사랑하지 못해서
맘이 가난한 밤이야


이번 앨범 8번 트랙 곡 '아이와 나의 바다'에서 그녀는 말한다. 그녀도 스스로를 온전히 사랑하지 못해서 마음이 가난했었다고. 스스로 숱하게 의심했지만 이제는 스스로에게 대답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휩쓸려 길을 잃어도 자유롭고, 더 이상 그녀를 가두는 어둠에 눈 감지 않는다고. 두 번 다시 스스로를 모른 척하지 않는다고. 그녀는 그녀의 바다를 되찾은 것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가끔은
삶에게 지는 날들도 있겠지
또다시 헤매일지라도 돌아오는 길을 알아


물론 나도 내가 세상에서 나 자신을 가장 소중하게 여겨줬으면 하지만 나는 아직 나를 사랑하고 아껴주는 법을 잘 모르는 것 같다. 부족한 것은 부족한 것대로 좋은 점은 좋은 점대로, 스스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가 아직 어렵다. 나는 나와 더 친해져야 하는데 항상 스스로에게 실망하고 스스로를 미워한다. 그래서 노력 중이다. 그리고 나도 끝끝내 나의 바다를 되찾을 것이다.


잊지마 넌 흐린 어둠 사이
왼손으로 그린 별 하나
보이니 그 유일함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말야


지난달 선공개되고 많은 사랑을 받은 이번 앨범 5번 트랙 곡 'Celebrity'에서 그녀는 말한다. 그 모습이 조금은 삐뚤빼뚤 할지언정 '당신은 별난 사람이 아니라 별 같은 사람이라고'. 뮤직비디오에는 아이유가 또 다른 본인을 마주하는 장면들이 나온다. 개인적으로 이런 장면들이 기억에 많이 남는데 그 이유는 그녀가 겪었던 성찰과 자각의 시간들을 엿보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뮤직비디오의 끝 무렵 우리는 화려한 모습의 아이유가 아까 자신과 너무 닮아 미행했던 조금은 수수한 모습의 사람이 자신과 닮은 사람이 아니라 본인 자신이라는 것을 깨닫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녀가 엔딩 장면에서 짓는 미소는 아마도 그녀가 그녀의 시각과 관점에서 바라봤을 때 제일 본인 다운 모습의 자신을 정말 소중하게 생각하기에 나온 게 아닐까. 나는 그런 그녀를, 그리고 아직 나의 바다를 되찾으려는 여정에 있는 나를 진심으로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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