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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이 Jun 21. 2021

셰어하우스에서 투룸 전세까지


나는 7년차 자취러다. 동생이 졸업을 해서 곧 귀국을 하기에 동생과 같이 살 계획을 가지고 집을 여기저기 알아보다가 문득 나 자신 참 대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울 집값도 서울 집값이지만 미친 홍콩 집값 덕분에 월세만 인당 100만 원 정도를 내면서도 바로 아래층에 퇴폐업소가 있기도 한 셰어하우스, 집에 바퀴벌레가 우글대기도 한 셰어하우스에 살았고 일을 그렇게나 많이 했지만 나는 모은 돈 하나 없이 빚만 겨우 청산한 채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덧붙이자면, 퇴폐업소 사람들은 대부분 계단을 이용했는데 하루는 알바 끝나고 밤늦게 집에 들어오는 길에 마약에 취한 듯한 외국인이 계단을 네발로 기어오르는 모습을 보고 놀라 자빠질 뻔했다. 좀비 같았다. 혹시나 무슨 일이 생길까 봐 콩닥거리는 가슴을 달래며, 눈이 마주치지 않길 바라며 비번을 빠르고, 정확하게 누르려고 모든 촉각을 곤두세웠던 기억이 있다. 사실 그 사람 외에도 그 집 주변에 위험해 보이는 사람들은 항상 넘쳐났다.


그래도 한국에 돌아온 후 지난 2년 동안 열심히 일하고 열심히 모아서 60만 원짜리 원룸 월세에서, 1억 3천짜리 원룸 전세로, 그리고 2억 천짜리 투룸 전세까지 업그레이드하는 데 성공했다. 나이 26살에 혼자 참 대견하지 않은가. 자랑 같지만 자랑 맞다. 물론 전세 자금 대출 끼고다. 대출 하나도 안 끼고 전세 사는 사람은 없죠? 대출도 자산이잖아요.


아, 참고로 외국에는 전세라는 개념 자체가 없다. 한국이랑 아마 일본만 전세라는 개념이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 참 좋다.


내 오랜 목표는 내 집 마련이었다. 오프로드 차를 좋아해서 지프 랭글러나, 포드 브롱코를 타고 다니고 싶지만 차 포함 다른 걸 다 접어두게 만들 만큼 내 집 마련의 목표를 놓을 수 없는 이유는 월세 또는 전세 자금 대출 이자에 허덕이고 계약 조건에 쫓기며 집 없는 자의 서러움을 제대로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목표는 어떻게 된 게 점점 가까워지는 게 아니라 점점 더 멀어지는 것 같다. 여기까지 잘 왔지만 여기가 최선인 것 같은 느낌이랄까. 큰 집을 바라는 것도 아닌데... 그냥 딱 네 식구 들어가 살 집이면 되는데 말이다.


아빠, 그거 매주 꽝이잖아. 왜 돈을 버려?


아빠는 아주 오래전부터 매주 로또를 샀다. 초등학생, 중학생, 고등학생의 나는 그런 아빠를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런데 지금은 이해한다. 이제는 더더욱 혼자 모아 집을 마련할 수 없는 세상이 되었다. 돈벼락이라도 맞으면 모를까 말이다. 돈벼락아, 제발 내 위로 떨어져 줘.


나는 아빠처럼 매주 로또를 산다. 5000원으로 일주일을 희망에 부푼 채 살 수 있는 게 어딘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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