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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이 Jul 16. 2021

이사하기로 결심한 이유 1

달콤 살벌한 동거


동생과 나는 평소 둘도 없는 베프처럼 사이가 매우 좋다가도 자주는 아니지만 한번 싸우면 제대로 치고받는다.


우리가 같이 살아도 될까?


심지어 7년 동안 떨어져 살았으니 우리의 생활 패턴이 맞을 리도 없다.


관련 경험이 없는 것도 아니다. 작년 동생이 방학 때 한국에 놀러 와서 같이 살게 됐는데 그때만 해도 우리는 서로 안 맞는 부분을 양보하거나 고치려는 생각이 없었다. 동생은 널브러뜨리면서 나름의 규칙을 만드는 스타일이고 나는 정리 또 정리하는 스타일이다. 동생은 중국에서 오래 살아서 분리수거도 특히 음쓰 분리수거를 할 줄 모른다. 중국에서는 모든 쓰레기를 한 번에 버린다. 나는 또 엄청난 잔소리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생과 내가 같이 살아보겠다고 결정한  지금 내게 동생이 필요하고 동생에게 내가 필요해서다. 다시 말해서 나는 조울증과 공황장애로 힘들어하는  옆을 지키며 내가 불안해할 때마다 나를 안심시켜  사람이 필요하고 동생은 보금자리를 제공해  사람이 필요하다.


필요에 의한 관계.


물론 우애가 더 좋아져서 아니면 철이 들어서 ‘행복하게 잘 살았데요’의 헤피엔딩이면 참 좋겠지만 그런 건 전혀 아니다. 긴 대화 끝에 필요에 의한 관계라는 걸 둘 다 충분히 이해한 게 이 달콤 살벌한 동거의 성공의 핵심이 될 거 같다. 하나라도 더 양보하고 고치려고 노력해 보기로 했다.


그래서 나는 이사하기로 결심했다. 물론 성공을 예단하기엔 아직 이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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