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로와 코칭의 만남
올해 9월, 코치 자격증을 땄다. KAC(Korea Associate Coach). 한국 코치 협회에서 공인한 자격증이다.
코치가 되면 또 어떤 전문 역량을 개발해서 어떤 분야의 코치가 될지 결정해야 한다. 한참을 고민했다. 내가 무엇을 잘할 수 있을지, 어떤 분야에 경험이 많은지 자문했다. 나는 심리 상담을 많이 받은 경험이 있다. 최소 200회는 넘게 받았다. 그러다가 작년에 유니버설 웨이트 타로 카드를 배웠던 게 생각났다. 그래서 오랜만에 타로 카드를 꺼내 내가 '타로 코칭'이라는 분야를 잘할 수 있을지 스스로 질문하면서 카드를 뽑았다. 결과는 타로 분야에 경쟁자가 많은 게 문제 요소지만 다행스럽게도 잘할 수 있다고 나왔다.
전문 역량을 쌓을 분야는 정해졌다. 그렇다면 타로 코칭을 하기 전에 시연을 한 번 받아보는 게 어떨까?
타로 코칭을 하는 코치님을 찾아 그날 바로 예약을 했다.
설렘과 약간의 긴장 속에 예약한 시간이 다가왔다. 방식은 화상 미팅으로 예약을 했다. 코칭은 상담 심리학에서 갈라져 나온 한 갈래로, 상담과 마찬가지로 주제를 합의해야 한다. 어떤 이슈로 타로 코칭을 받고 싶은지 질문을 받았고, 나는 '타로 코칭을 해서 먹고살 수 있을까'라는 주제로 코칭을 받고 싶다고 말했다. 타로 코칭에 사용된 타로 카드는 '오쇼젠'이라는 중성적인 성향의 타로 카드라고 안내받았다. 빨강, 주황, 노랑, 초록, 파랑, 보라, 무지개 카드로 각각 열 장씩 카드가 무작위로 섞여서 배열됐고, 그중에서 처음에 보라색 3번 카드를 뽑겠다고 말했다. 'Transformation'카드가 나왔다. 참고로 카드의 이름보다 이미지에 집중해 달라고 했다.
"타로 코칭을 시작해도 될까요?"
"네~."
"이 카드에서 뭐가 보이실까요?"
"연꽃과 불, 불새, 그리고 여러 가지 도구로 수련하는 사람이 보여요."
"그러시군요, 맞아요. 아래 그림이 연꽃 같기도 하고 위에는 불새처럼도 보이네요. 수련하는 사람이 보인다고 했는데 어떤 도구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시나요?"
"연꽃 가지요."
"이 연꽃 가지는 어떤 의미가 있나요?"
"평화와 인내, 좋은 결말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것 같아요."
"좋은 의미를 갖고 있네요. 그럼 저 불은 어떤 의미일까요?"
"정열, 열정을 갖고 있는 것 같아요."
중간중간 코치님은 코칭답게 공감의 말을 해주셨다. 그래서 타로 코칭을 받는 내내 편안한 감정을 느꼈다.
그리고 연이어 두 번째 타로 카드를 골랐다. 이번에는 보라색 9번을 뽑아봤다.
'Innocence.'카드가 나왔다.
"이 카드에서 뭐가 가장 먼저 보이실까요?"
"윗부분의 꽃이 가장 눈에 띄네요."
"그 꽃은 어떤 의미일까요?"
"뭔가 축복해 주는 것 같기도 하고 평화로운 분위기예요."
"그렇군요, 뭔가 좋은 일이 있어서 축복해주나 봐요. 그럼 그다음으로 눈에 들어오는 건 뭘까요?"
"도사 같은 할아버지요. 그리고 그 손에 마주 보고 있는 곤충이요. 서로 교감하고 있는 것 같아요. 코칭처럼 서로 수평적인 위치를 유지하면서요."
"서로 교감을 하고 있네요, 그렇죠. 그럼 이 곤충은 도사 할아버지에게 어떤 말을 주고받고 있는 걸까요?"
"제가 해온 일들과 앞으로 할 일들이 잘될 거라고 얘기하고 있어요."
다음 카드를 뽑았다.
'Ice-olation.'
"이 카드에서는 무엇이 보이나요?"
"어떻게 해, 제가 울고 있어요."
"왜 울고 있는 걸까요?"
"제가 해야 할 공부가 너무 많아서요. 전 공부복이 터졌나 봐요."
코치님과 함께 웃었다. 이때 진심으로 느꼈다. 타로와 타로 코칭 둘 다 하기에는 내가 앞으로 공부해야 할 게 많겠구나. 아......
다음 마지막 카드를 뽑았다.
이 이미지를 보면서 코치님은 또 질문을 하셨다. 어떤 게 보이고 어떻게 느껴지는지.
"꽃들과 꽃바구니를 담아가는 사람이 보여요. 제가 기쁘게 꽃길을 걸어가고 있는 것 같아요. 제가 타로 코칭을 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 같아요."
타로 코칭을 받으면서 카드의 이미지에 투사해서 자연스럽게 스토리텔링을 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내 내면에서 퍼올리는 이야기들이 나쁘지 않았다. 그리고 어떤 사람도 이 카드들을 보면서 결코 같은 이야기를 풀어내지는 않을 거라는 생각도 들었다. 카드 이미지에 '투사'해서 내면을 들여다보며 이야기를 만들어나가는 방식이기에. 80억 인구가 다 다른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코칭이 끝나고 나서 소감을 물어보셔서 모든 것은 다 나의 내면에 있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코칭 철학 중에서 이런 게 있다. 모든 사람은 문제를 해결할 충분한 자원을 갖고 있다고 믿는 거다. 결국 답은 내면에 있다. 코칭은 그 답을 끌어내기 위한 도구다. 타로 코칭에서는 그 도구 중에서도 타로카드를 사용하는 것뿐이다. 그렇게 나는 타로 코칭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결심했다. 타로 코칭, 해보자.
"타로 코칭을 시작해도 될까요?"
Yes, I'm read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