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기가 알려준 사랑
오늘의 카드를 뽑아 봤다. 오쇼 젠 타로의 "VI(6번) The Lovers(연인)" 카드가 나왔다. 이 카드를 보는 순간, 202일 동안 함께했던 남자친구가 떠올랐다.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이 쌓이고, 싸우고, 삐치고, 그래도 다시 웃던 날들.
우리는 늘 사랑한다고 이야기했지만, 사실은 난 사랑이 두려웠다.
이제껏 거쳐 간 남자들이 그러했듯 그 역시 내 몸만 탐하고 나는 버려질까 봐, 몸도 마음도 다 주고 나서 텅 비게 될까 봐. 그래서 사랑을 흉내 내기도 했고, 조건을 따지기도 했고, 때로는 철벽을 쳤다.
이 카드 속 두 사람은 말없이 마주 보고 있다. 우주처럼 깊은 밤하늘이 그들의 머리 위를 감싸고, 그 사이에 하나의 별이 떠 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하트 속에는 또 다른 얼굴이 숨어 있다.
연인이라는 이름이 무색하지 않게, 이 이미지는 누군가와의 사랑뿐 아니라 ‘나’와 ‘내면의 또 다른 나’ 사이의 대화를 상징하는 듯하다.
사랑은 타인에게 향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나 자신을 향하는 것이기도 하다.
나를 마주 보는 용기, 내 안의 빛과 어둠을 인정하는 솔직함, 그리고 그 둘을 연결하는 부드러운 연민.
이 카드에서 말하는 연인이란, 바로 그런 내적 통합의 은유인 듯하다.
이제껏 나는 사랑하고 사랑을 받고 싶었다. 그토록 사랑하고 싶었던 그 대상은 바로 나였다.
계속 사랑을 찾아 헤맸고, 그 과정이 순탄하지 않았지만 이제는 조금 알 것 같다.
진짜 사랑이란 ‘나를 지키면서도 그대 옆에 함께 서는 것’이라는 걸.
내가 없어져야만 가능한 관계라면, 그건 사랑이 아니라 소진이다.
하트 모양의 심장이 카드 중앙에서 빛난다.
뜨겁고, 때로는 상처 입고, 또 회복되는 감정의 심장.
사랑이란 결국, 나를 보여주는 용기다.
보여주고 싶은 좋은 모습만이 아니라, 눈물 흘리는 나, 상처받은 나, 때로는 비겁한 나까지도.
살면서 온갖 더러운 일, 강력범죄에도 휘말려 본 나였지만 신은 그런 내게도 사랑할 수 있는 용기를 주셨다.
이제까지 살아 있다는 것, 그리고 사랑을 주고받을 대상이 있다는 것에 또다시 감사함을 느낀다.
오늘 이 카드 한 장은 그렇게 사랑이라는 이름의 길 위에서 나 자신을 더 깊이 안아보게 한다.
나는 오늘도 나를 사랑하는 법을 배우고 있다. 천천히, 용기를 담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