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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희수 Sep 27. 2022

103세의 기쁨

      

나는 아내가 보내준 동영상을 보고 내 눈을 의심했다.

103세인 한 할머니가 TV 프로그램에 나와 자신의 경험담을 이야기하는 동영상이었는데, 지난 세월의 사건들을 소상히, 그리고 조리 있고 분명하게 말하는 것을 보고는 70대, 그것도 꽤 정정한 70대로 보였던 것이다.



그분은 한국 걸스카우트를 창립한 김옥라 옹(翁)이었다. 1918년에 태어났으니 일제 강점기를 지나서 6.25 전쟁까지 우리나라의 격변기를 온전히 겪은 분이다. 평생 봉사의 삶을 살아왔고 세계 감리교 여성연합회 회장으로 봉사했다. 

호스피스, 자원봉사, 청소년 비행 상담 등을 중심으로 사회복지 활동을 하는 복지재단을 배우자와 함께 운영했다. 

일제 강점기에 일본에 가서 어렵게 공부한 이야기, 6.25 전쟁 당시 죽음 직전에서 살아난 이야기, 여성들의 교육을 위하여 걸스카우트를 한국에 보급한 이야기 등을 말하는 모습을 보면서 무엇이 저분을 건강하게 만들었는지 궁금하였다.     


인터뷰 끝부분에 그분이 말하는 건강의 비결은 신앙이었다. 

많은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신앙의 힘으로 극복하고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다. 항상 신이 함께하기에 실패에도 좌절하지 않았고 다시 도전할 수 있었다. 지금도 70여 권이나 되는 성경 읽기 시리즈를 읽으면서 너무 성경이 재미있다고 말하는 얼굴에서 천사 같고 소녀 같은 순수함을 느낄 수 있었다.     

이 글을 쓰면서 그분의 동정을 살펴보다가 작년에 돌아가신 것을 확인했다. 

대중들이 잘 모르게 훌륭한 일을 하시더니 가시는 길도 많은 사람들이 잘 모르게 소박하셨다.


김형석 연세대학교 철학과 명예교수는 102세다. 

1920년 생으로 역시 우리나라 역사의 산증인이다. 대학 강단에서 은퇴한지가 오래 되었지만 100세가 넘은 현재에도 한 해 160여 회의 강연을 하고 있다고 한다. 

저술 활동도 꾸준히 하여 ‘젊은 세대와 나누고 싶은 100세 철학자의 인생, 희망 이야기’등을 비롯해 여러 권의 책을 쓰는 등, 나이가 무색하게 열정적으로 사신다. 


내가 꼽은 그의 건강 비결은 세 가지다.     

첫째는 일을 즐기기 때문이다. 

일을 통해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오히려 일을 통해 생활에 활력을 얻는 것이다. 일을 즐겁게 하기위해 일에 관계된 사람들과의 관계를 원만히 하고 일터를 행복한 공간으로 만드는 노력을 한다.     

둘째는 인격이다. 

성숙하고 남을 배려하는 마음은 대인관계를 원만히 하며 사람들과 더불어 건강한 삶을 지속할 수 있게한다. 사회적으로 성공하시고 남들이 존경하시는 분인데, 참 겸손하신 분이다. 항상 부족하다고 여기고 다른 사람을 높이며 내 소유와 지식을 자랑하지 않고 계속해서 노력하는 것을 엿볼 수 있다. 건강도 자만하지 않고 매일 매일 관리하며 보살핀 탓에 주어진 것이다.     

셋째는 신앙이다. 

교수님의 인격의 밑바탕에는 기독교 신앙이 있다. 기독교 관련 서적도 많이 집필을 하였고 그분의 철학 속에 신앙이 스며들어 있음을 알 수 있다. 교수님의 건강의 비결이 일과 인격이라고 할 때, 그것들을 지탱하는 것이 신앙이라고 할 수 있겠다.     


교회에 성직자들을 보면 나이에 비해서 보통 어려 보인다. 어떤 목사님은 나보다 서너 살은 어리다고 생각을 했는데, 실제로 나보다 세 살이 많아서 깜짝 놀라기도 했다. 잘 모르는 사람들이 파란 많은 세상과 거리를 두고 살아서 그렇다고 착각하기 쉬우나 그렇지 않다. 내가 아는 성직자들은 대부분 어렵게 국내나 외국에서 공부를 하고 어렵게 사역을 하고 있다.

교회 일이 어찌 보면 쉽게 생각되지만 그렇지가 않다. 회사나 사회의 조직은 상하(上下)가 있고 위계질서가 분명하지만 교회의 목사라는 자리는 사회의 질서와는 다르기에 교회의 그 누구에게도 만만하게 대할 수 없다. 담임 목사는 어찌 보면 회사의 CEO 역할이지만 권한은 적고 짊어진 짐은 더 무겁다. 항상 교인들이 삶의 모범으로 여기기에 조금이라도 흐트러질 수 없다.

그러나 그들은 자신들의 삶을 하나님께 온전히 드리기로 작정을 했고 그렇게 신앙생활을 이어가고 있기에 스트레스가 그들을 좌지우지하지 못한다. 기도와 말씀이 충만한 목사님은 항상 입가에 웃음이 떠나지 않으며 생생한 활력이 있다. 그렇지 못한 목사가 있는 교회가 두 쪽으로 갈라지기도 하고 사회적으로 불미스러운 일을 발생시킨다. 그러나 대부분의 목사들은 존경스러울 만하다.     


신앙은 스트레스를 줄여주고 건강을 지켜준다. 

실패 앞에서도 절대자의 인도함을 신뢰하기에 과도히 좌절하지 않게 하고 다시 도전할 수 있는 힘을 준다. 

신앙은 긍정적인 마음을 갖게 하고 세상을 밝게 보기에 성공할 확률을 높여준다. 절대자를 따라서 사람들을 섬기고 친절하기에 인심을 잃지 않고 적을 만들지 않는다. 

경건한 생활 속에 무질서하지 않고 매일매일 규칙적으로 생활하기에 건강한 삶을 만든다. 과도한 쾌락을 피하기에 몸을 망가뜨리지 않는다. 




길을 걷다가도, 어느 모임에 가서라도, 인상이 편안하고 인자한 사람은 알고 보면 신앙인일 가능성이 높은 것을 체험한다. 마음속에서 절대자를 의지하며 나타나는 희열과 사랑이 샘솟는 것을 감출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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