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출난 재능도 없고 노력파도 아닌 기타리스트 지망생 민희원. 꿈 앞에 좌절한 순간 기타가 말을 하기 시작한다?! 음악을 꿈꾸는 청춘의 이야기! <일렉트릭 마이라이프> 글/그림 PARANSON
몇 해 전 네이버웹툰 공모전에서 우연히 알게 된 작품이다. ‘작가의 말’에는 다음과 같이 적혀 있었다.
”좋아하는 밴드 만화를 계속 그리고 싶습니다.”
그의 말처럼 자신이 애호하는 밴드 음악과 그와 관련된 경험을 작품 곳곳에 녹여 놓았다.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것을 독자에게 전하는 진심이 느껴졌다. 독자 반응도 괜찮았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수상하지 못했다. 그렇다 하더라도 편집부의 프로듀싱을 받아 정식 연재로 이어져 깜짝 놀래키는 작품이 있다. 이 작품도 그러지 않을까 싶어 한동안 기억에서 잊혀졌다.
평범한 내가 1호선을 지키는 마법소녀라구?! 서울 지하철 1호선에서 펼쳐지는 동양 판타지. <1호선 마법 소녀> 글/그림 PARANSON
낯익은 그림체의 썸네일 발견. 작품을 살펴보니 그였다. 네이버웹툰의 또 다른 공모전에서였다. 판타지 장르가 눈에 띄었다. 판타지는 로맨스, 학원과 함께 만화/웹툰의 인기 장르이다. 청진기를 딱 대면 시추에이션이 바로 나온다. 전작에서 진심이 통하지 않자, 인기 장르를 시도한 것. 앞선 공모전에서 낙선한 후 다시 도전하는 의지와 노력이 밴 작품으로 다가왔다. 두 작품 사이에서 스스로를 어떻게 가다듬었을지, 어쩐지 만감이 교차한다.
웹툰 제작사에서 막 퇴사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점심쯤 되는 대낮이다. 이렇게 퇴사할것이라고는 전혀 예상치 못했다. 과거 게임 회사에서 무엇을 만들었고, 3대 기획사에서 모두 계약을 따냈다는 배불뚝이 K 이사의 허풍에 지칠 대로 지쳤다. 여기에 작품 프로듀싱은 고사하고 기본적인 작품 투고부터 웹툰과 업계 상황, 회사 비전이 무엇인지 전혀 알 수 없어 의욕이 박살 났다. 제대로 된 오피스 프로그램을 제공해 주지 않아 개인 오피스 계정을 PC에서 로그아웃할 때는 기가 막혔다.
교류가 많았던 작가님 한 분과 작별 인사를 했다. 작가님은 수줍게 속삭였다. “저도 곧 관두려고요”, “아. 네... 어차피 시간 문제 같아요. 먼저 가볼게요.” 작가님은 내 말에 동의 한 듯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집에 도착한 후 시체처럼 쓰러졌다. 내 안에 남은 것이 아무것도 없게 느껴졌다. 얼마간 멍하니 천장과 유튜브를 번갈아 보았다. ‘으어’하고 앓는 소리가 자동으로 나왔다. 돌이켜 보면 대학생 때 나 현재나 처지가 다르지 않다. 대학생 때는 무조건 편의점에서 값싼 음식을 사 먹었다. 취향과 기호에 상관없이 무조건 싸야 했다. 당시 아르바이트로 벌 수 있는 돈이 50만원 남짓이었으니까. 회사에 입사 했을 때는 신입과 수습기간이란 딱지로 후려쳐졌고 최저임금에 미치지 못하는 급여를 받았다. 편의점 신세를 벗어날 수 없다. K 이사는 이런 내게 다섯 살 아들 자랑을 했다. 몇 번의 시험관 끝에 얻은 소중한 아들. 주말에 낚시를 다녀왔다며 아들이 물고기를 들고 있는 사진을 보여줬다. 그때 나는 K이사와 아들의 하수인이 된 것만 같았다. 제발 이 모든 일이 실은 대마왕이 보낸 몽마이길 바랬다.
”아들 자니?”
저녁때가 됐는지 밥 먹으라는 엄마의 소리에 몸을 일으켰다. 식탁에 앉아 밥을 먹다 새삼 깨닫는다. 서른 살 먹은 아들에게 엄마는 아직도 밥을 차려야 한다니. 이건 좀 너무한 것 아닌가 싶었다. 찬찬히 그녀의 얼굴을 살핀다. 식사를 마치고 곧장 방으로 들어가 누웠다. 유튜브와 천장을 번갈아 보지 않는다. 일찍 잠이 든다. 다음날 해야 할 일이 생겼기 때문이다.
꿈과 열정을 책임지는 한국외식조리직업전문학교!
<국비지원과정, 100% 취업> 바리스타, 일식, 중식, 한식, 양식...
꿈과 열정을 아주 잘 책임졌는지 학교 건물이 으리으리했다. 한편에 마련된 개설 과목 게시판을 바라본다. ‘뭘 선택해야 할까. 국비 지원이라는데. 아.! 나 사케동 좋아하지. 그럼 일식해야겠다. 근데 바리스타가 아무래도 쉽지 않나.’ 갈팡질팡하다가 두 가지 모두 상담해 보기로 한다. 상담 선생님께 해당 과정에 관한 안내를 들었다. 딱히 특별한 건 없었다. 금액 차이 정도. 자기 하기 나름 이라고 한다. 카페를 차리든 일식집 앞다이를 하든...
수업 일정이 정리된 책자를 챙겨 건물 밖으로 나왔다. 며칠까지 선입금을 해야 해당 기수에 등록이 가능하고 며칠까지는 최종 등록을 마쳐야 한다는 내용이 핑핑 돌았다. 조급함에 통장잔고를 확인했다. ‘하...내 인생이 왜 자꾸 손해 보는 것 같지’ 부아가 온몸을 휘감았다. 더는 이리저리 휘둘리기 싫었다. K 이사 그 사람만 아니었더라도 조금은 다르지 않았을까. 조금 더 괜찮은 회사에 다녔다면 지금보다는 낫지 않았을까. 그러다 길가에 놓인 일반쓰레기 봉투에 책자를 버려버렸다. 됐다. 됐어.
누군가 내게 말했다. 이럴 때일 수록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라고. 나는 거기에 이렇게 답한다. 더 이상 휘둘리지 말아야겠다고. 스스로를 의심하고 얕잡아 보는 시간을 보내지 않기로 한다. 30살에 억대 매출을 올리는 사장, 부동산 투자를 통해 경제적 자유를 이룬 자산가, 대기업 전현직 인사담당자. 세간에서 떠드는 성공방식과 조언은 접어 둔다. 나는 아직 책임져야 할 가정이 없다. 엄마는 나보다 재산이 많다. 배불뚝이 K 이사는 더 이상 나랑 상관없는 양반이다.
나는 프로젝트 파일을 하나 만들었다. 한국방송작가 협회 교육원 드라마 작가 과정 지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