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3. 유튜브와 현직자

by 이지성

“안녕하세요, 여러분들의 면접 형, 면접 오빠, 면접왕 이형입니다.!”

얼마간 지원동기 관련 내용 이어진다.

여러분 모두 할 수 있습니다.

파이팅하시고요! 그럼 다음 콘텐츠로 뵙겠습니다!

양 손 흔들흔들 인사.

영상정지. 자소서 지원동기 문항 살펴 본다.

해당 직무와 회사 지원동기를 다음에 따라 작성해 주세요. (해당 직무와 회사에 지원하게 된 계기, 본인만의 특성과 강점, 입사 후 해보고 싶은 일)


커서 깜빡 깜빡. 노트북 화면에 비치는 흐리멍텅한 표정. 당장 깨부수고 싶다. 지원동기가 나는 유독 어렵다. 당시 나와 글로벌 웹툰 플랫폼사의 전적은 2전 0승 2패.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이때까지 해왔던 방식을 버리고 새로운 방법을 찾아 나선다. 현직자인 모 취업 유튜버의 자소서 강의를 신청한다. 이미 취업 관련 책을 두 권이나 냈고 그의 수업을 듣고 합격했다는 후기들이 즐비했다. 금방이라도 합격할 것 같았다. 어떤 결과가 기다리는지 모른 채 나는 수업을 듣기 시작한다.


첫 수업은 먼저 지원 직무와 관련된 질의응답과 어떻게 준비해 나가야 할지 방향성에 관해 논의 한다. 다음은 선행 과제로 지원직무에 관한 자료 조사와 그에 관한 피드백이었다. 나를 포함하여 4명이 참여했고 구글 meet을 통한 온라인 수업으로 진행됐다. 화기애애한 분위기와 긍정적인 에너지를 기대하며 마음에 불을 질렀다.


“그래서요? 그렇게 말 하면 다 믿어야 하나요?”

“뭘 했다는 거죠? 이건 그냥 아무것도 안했다는 건데요?”

“저는 정답을 찾아 주는 사람이 아닌데요?”


화면 넘어 들려오는 유튜버의 짜증은 기대를 박살 냈다. 질문이 많았던 A가 기억난다. 자동차 기업에 취업을 희망하고 지원 직무 관련해서 이렇게 지원하는 게 맞을까요? 이건 어떨까요? 저건 어떨까요? 열정적으로 질문을 했다. 직무와 관련하여 나름의 고민이 느껴졌다. 명확한 정답을 줄 수는 없지만 특정 부분으로 가닥을 잡아 나가면 좋겠다 내심 생각했다. 그러나 취업 유튜버는 이를 대차게 깠다. 스스로 어떻게 생각하느냐 부터, 질문에 추가 질문을 덧붙이는 질타를 계속 했다.

두 번 째 수업이 됐을 때 A는 정반대의 모습이 됐다. 잔뜩 움츠러 들었다. 더 이상 질문하지 않았다. 그리고 두번째 수업을 끝으로 더 이상 수업에 참여하지 않았다. 다른 참가자 B도 그랬다. 그녀는 공기업과 사기업 사이에서 어느 곳을 택해야 하며 어떤 커리어를 이어갈 수 있는지 질문했다. 스스로 답을 찾아 보라고 유튜버는 답했다. 두 번 째 수업 이후 B는 참관만 할 뿐 과제와 피드백은 받지 않기로 했다. 남은 사람은 나와 C였고 단 두 명만이 수업을 끝까지 완주했다.


내 경우도 다르지 않았다. 나의 경우 여러 회사의 자소서를 고치기 보다는 한 가지 회사의 자소서를 집중적으로 고치고 싶었다. 이어지는 수업에서 자소서가 나아졌냐하면 그렇지 않았다. 수업전 제출한 자소서를 제대로 읽어 보고 첨삭을 해주는 뉘앙스가 전혀 없었다. 고민의 흔적이 느껴지는 피드백이 아니었다. 그 유튜버는 부수입을 올리기 위한 부업의 일환 정도로 다가왔다. 시간도 돈도 너무 아까웠다.


수업 참석자 모두 스펙도 관련 경험도 부족하지 않았다. 별도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만큼 각자 노력한 이력들이 돋보였다. 문제가 있는 사람들이 아니다. 그러나 수업에서는 어딘가 문제 있는 사람처럼 만들었다. 조사를 덜 했네, 생각의 깊이가 얕네, 평범한 경험으로도 좋은 주제를 뽑아낼 수 있는데 왜 못하냐는 둥. 방법에 관한 조언은 없었고 이를 지적하며 뼈맛집, 팩트폭력이란 멋진 말로 우쭐해 했다.


그 일을 겪은 후 여타의 전현직 취업 유튜버도 그렇게 다가왔다. 조회수를 위한, 콘텐츠를 위한 방법들을 소모적으로 쏟아내는 것 같았다. 갖가지 논리와 방식으로 취준생을 달달 볶았다. 시달릴 만큼 시달리고 이리저리 휘둘렸다. 그렇게 취준생은 그들의 부업 대상일 뿐이었다.


결과적으로 그해에 또 떨어졌다. 3전 0승 3패를 기록했다. 새로운 방식을 찾아 보려 했던 노력에 보기좋게 배신 당했다. 나는 공책에 다음과 같이 적었다. 세상에 속았다. 아무도 믿을 수 없다. 복수라도 하고 싶지만 그 대상이 누군지 모르겠다. 화가 난다. 자소서 쓰다 인생 다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