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9 K-POP 앨범 유통사 이야기

by 이지성

레드벨벳 - feel my rythem

nct dream - glich mod

nct dream - 정규 2집 리페키지

아이브 - 싱글 2집 love dive

BTS - PROOF

아이유 - 최신 3세대 응원봉

나연 - 첫 솔로 미니 1집 im na yeon

뉴진스 - 데뷔 미니 1집 newjeans


이 아름다운 목록을 보라. 한 개 한 개 직접 포장 한 앨범이다.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국비지원 요리학원을 다닐까 고민하다가 용돈 벌 생각으로 k-pop 앨범 유통사에 숨어들었다. 봄에 들어가서 추석지나 나왔다. 6개월이나 다녔으면 1년은 채우던가. 왜 또 관뒀냐고? 작품 만들고 싶은 마음이 간질거렸던 터였다. 입에 풀칠이 좀 되니 다시 또 뭔가를 만들고 싶었다. 그간 직원들과 회식도 하고 물건 받으러 스타리아 타고 안양에 갔다 오면서 정도 들고 좋았다. 하지만 인생은 선택의 연속. 그날 문대리님의 한마디 농담이 퇴사할 결심이 됐다.


여기 저기 쌓인 박스. 줄지어 선 철제 선반들. 마치 도서관 같다. 그곳에 차곡 차곡 적재 된 자랑스런 K-POP 요정들. 아이유, 아이브, BTS, 투바투, 르세라핌, 뉴진스, 아이들, 프로미스 나인, 트와이스. 등등. 많기도 많다. 노란 플라스틱 밴드에 묶인 종이 뭉치는 그들의 전신 포스터다. 그 보다 중요한 것은 특전이다. 일종의 포토 카드나 굿즈인데 이거 갯수 안맞으면 큰일난다. 이 k-pop 요정들이 어떻게 이 좁은 공간에 들어왔는지. 또 안 나가는 친구들은 왜 그렇게 안나가는지. 앨범에도 안타까운 감정이 싹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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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 스타들의 작품은 공장에서 용달 차가 데크에 실어 회사로 가져온다. 그러면 지게차를 동원하여 내린다음 화물 엘리베이터로 옮긴다. 그리고 창고에서 검수 과정을 거친다. 상식적으로는 그렇다. 그러나 나는 불행의 화신이 떠나갈 생각이 없기 때문에 지게차도 핸드 자키도 없는 회사 형편 탓에 몸뚱아리로 날랐다. 여기에 비가 오면 일은 더 힘들어 진다. 앨범이 든 박스가 젖으면 그로 인해 손상이 나기 때문이다. 이때 사장님과 부장님은 굉장히 예민해 진다.


그날은 여름 장마비가 내렸다. 어느 인기 아이돌의 화려한 컴백을 맞이하여 사장님은 물량을 잔뜩 시켰다. 화려한 컴백을 상징하듯 앨범의 크기와 무게가 상당했다. 투툼한 전공 서적 느낌. 약 천 개의 물량이 일차로 화물 트럭에 실려 왔다. 비가 예정된 터라 점심 식사 전에 빨리 왔단다. 그런데 작업을 시작 하자마자 장대 비가 쏟아 졌다. 사장, 부장, 대리, 이하 시간제 노동자들이 모두 달려 들었다. 젊은 문대리님은 화물 트럭에 올라 타 앨범을 내렸고 나머지는 이를 받아 챙겨 화물 엘베이터로 날랐다. 한 참 동안의 왕복 운동 끝에 화물 엘리베이터를 올려 보낸다. 이후 화물엘리베이터에서 창고로 옮기는 왕복 운동이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부장님이 김주임에게 꽥 하고 소리쳤다. “왜 삐뚤게 놔! 똑바로 안둬!?” 벙찐 김주임. 부장님은 비를 쫄딱 맞은 문대리에게 작업 마무리를 지시하고 사라졌다. 문대리 이하 나머지들은 그제야 한 숨 돌린다. 그때 문대리가 나에게 속삮였다.


“다음생엔 내가 아이돌 할께 네가 내 앨범 포장해줘”


크학. 하고 나는 웃어버렸다. 농담 반 부러움 반이 적절히 섞인 농담. 다음 생이 있다면 아이돌? 해볼만 하다. 소년 소녀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초 글로벌 스타의 삶. 화려함 속에 감춰진 그들의 고뇌 마저 멋스럽다. 찬찬히 앨범을 살펴 본다. 내가 뭘해야 하는지 되새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