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세계 Apr 14. 2023

아랍두부는 국룰, 아니 전 세계룰일까요.

유난히 남미권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았던 건에 대해.

'아랍두부이론'이라는 말을 들어보았는가. 아랍상(두꺼운 T존, 진한 눈, 각진 얼굴 등)인 사람은 두부상(동글한 이목구비, 순둥 한 눈매 등)을 좋아하며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라는..

물론 다양한 취향과 개인차가 있겠지만 실제로 '아랍두부이론'은 사람들 사이에 반 농담, 반 진담으로 떠돈다. 


일단 나의 경우 둘 중 굳이 고르자면 두부상에 속한다. 전체적으로 동글동글한 인상으로 순하게 생겼다는 말을 꽤 듣는 편이었다. 이런 내가 캐나다에 가니 이상하리만큼 남미권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캐나다에는 다양한 남미권 사람들이 거주하는데, 같이 식당에서 일했던 친구 얘기를 해보겠다. 멕시코인이었던 그 친구는 착한 심성을 가져 모두가 좋아하는 친구였다. 나와도 잘 맞아 이런저런 얘기도 자주 했고 일 끝나고는 같이 차도 마시는 사이였다. 

이 친구가 술도 못 마시면서 술 마시는 나를 기다려주고, 국제 연애는 어떤지 슬쩍 떠보고, 식당 내에서 은근한 소문이 돌 때 내가 먼저 선을 그었다. 결국 내가 캐나다를 떠나는 날까지 마지막으로 배웅해 준 건 그 친구였고, 끝까지 좋은 친구로 남았다.


다음은 나와 같은 클래스 친구이자 내가 정말 좋아했던 친구였다. 이 친구도 멕시코인이었는데 귀엽고 착해서 한국 누나들(?)이 좋아했었다. 이 친구의 엑스들은 모두 긴 생머리, 쫙 붙는 레깅스, 이목구비 짙은 멕시코인이라 우리가 긴 생머리만 사귀냐고 놀리기도 했다. 심지어 모두 사진 찍는 포즈도 똑같았다.

이 친구는 나중에 시간이 지나 한국과 멕시코로 서로 돌아갔을 때, 그때 너를 좋아했다고 고백해서 당황한 적이 있다. 너무나도 진한 인상의 전여자 친구만 있는 그에게 나도 모르게 "너 아시안 안 좋아하지 않았어?"라고 말해버렸고 "나 인종을 신경 쓰지 않아"라며 어이없다는 듯한 답변도 들었다.


그 외에도 친구들과 다 같이 간 식당에서 남미 청년에게 연락처 적힌 티슈를 받기도 했다. 밥 먹고 나오는데 웬 남성이 다가와 티슈를 주면서 "Call me(전화해 줘)"라 속삭이며 사라져 친구들의 놀림을 받기도 했다.


한 펍에서는 브라질 청년이 나에게 다가왔지만 내 친구들의 철벽 방어 때문에 나에게서 멀어지며 "You look so cute!"라고 외쳐 모두가 나를 본 기억도 있고, 다른 곳에서는 나에게 남미댄스를 알려주던 남미 청년이 춤이 끝나고 데이트를 하자며 전화번호를 준 적도 있다.


진짜 이상하리만큼 캐나다에서 남미 청년들이 많이 다가왔는데 그 이유는 아랍두부이론 때문이 아닐까 진지하게 생각하며 이번 글을 마친다.

식당에서 받았던 티슈, 이름과 전화번호가 적혀있었다


작가의 이전글 달밤에 술 먹고 캐나다 분수(똥물)에 빠진 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