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물 안 개구리
우리 가족의 어른들은 나의 진로에 관심을 가지고 적절한 조언을 주시지만 잔소리를 하시지는 않는다. 명절 스트레스에 대해서는 사실 공감하는 것이 많지 않다. 하지만 감사(?)하게도 그 역할을 대신해주시는 생판남들이 계시다. 한우물을 파야 성공한다는 말과 빠지지 않는 라떼 얘기를 그렇게들 하신다. 물론 당신들의 경험과 지혜를 토대로 얘기하시는 것이지만 우리 현대 청년들이 가진 대한민국 청년 진화의 산물인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기 기술이 시전 될 수밖에 없다.
개성의 시대라고 사람들은 지금을 지칭한다. 이 말을 증명해주는 인물이 한 명 있다. 미국의 유명 가수 Billie Eilish는 독특한 창법으로 유명하다. 어두운 느낌의 음악과 분위기로 영어권에서 흔히 ‘weirdo(이상한 사람)’라고 불리는 상이다. 미국의 하이틴 영화를 보면 눈에 띄게 강한 화장이나 헤어스타일에 해골이 그려진 셔츠와 피어싱 등으로 눈길을 끌지만 사람들에게 투명인간 취급을 받는 그런 학생들 같은 상이다. 또 과거 시원시원하게 지르는 창법에 비해 빌리는 속삭이는 것 같은 창법으로 노래를 처음부터 끝까지 부른다. 가사와 뮤직비디오도 어둡고 은둔형 외톨이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든다. 이런 음악부터 의상, 영상 콘셉트로 자신만의 브랜드를 구축한 빌리는 나왔다 하면 빌보드 차트를 휩쓴다. 그녀를 포함해서 많은 인기 가수들이 전형적인 스타일을 버리고 자신만의 개성을 찾아가고 있다. 그리고 그게 통한다. 남들이 다 가는 길이 아닌 한 개인이 만들어가는 길이 통한다는 뜻이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노래 중에 싸이의 [청개구리]의 가사의 일부분을 함께 읽어보자.
“
살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말 너 그러다 뭐 될래
살면서 가장 많이 하고픈 말 내가 알아서 할게
그래 나 청개구리 그 누가 제아무리 뭐라 해도 나는 나야
우물 안의 개구리라도 나 행복하니 그래 그게 바로 나야
그래 그게 바로 나야
(중략)
틀린 게 아니야 다른 것뿐이야
문제라면 문제아!
”
-PSY의 [청개구리] 중에서
싸이는 이 노래를 통해서 스스로 알아서 하겠다고 시원하게 오지라퍼들에게 선언하고 내가 “틀린 게 아니라 다른 것뿐”이라고 한다. 우물 안의 개구리지만 행복하다고 인정하고 그 사실을 더 확실히 굳힌다. 내 지인은 나를 생각하는 마음으로 나한테 나만의 세상에 갇혀서 현실을 보지 못하는 우물 안 개구리라고 말한 적이 있다. 걱정해줘서 고마웠지만 나는 조금 다른 생각을 했다. 우물 안에 있는 게 맞을지도 모른다. 내 daydreaming으로 채워진 우물 안은 정말 완벽하기 때문에 나가고 싶지 않다. 게다가 요즘은 우물 밖을 나가지 않고도 세상을 볼 수 있다. 와이파이(Wi-Fi)가 있지 않은가! 조금 옛 세대로 거슬러 올라가면 전통적이고 대세를 따르는 게 맞았다. 정말 독특한 개성을 가진 이들은 소수였기 때문에 큰 물결에 휩쓸릴 수밖에 없었다. 우리가 만나는 사람과 접하는 매체가 제한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학교나 직장에 가서 친구들과 얘기를 할 때 남들은 모르거나 별로라고 생각하는 나의 취향을 얘기할 배짱을 가진 사람은 흔하지 않다. 그러나 지금은 통신의 발달로 인해 그 범위가 거의 무한대로 확장이 되어가고 있다. 소수의 취향을 가진 사람들이 통신으로 쉽게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교통의 발달로 만남을 가질 수 있다. 그리고 전형적인 대세가 조금은 지겨워졌는지 사람들은 조금 다른 자극을 찾기 시작했다. 그렇게 이런 새로운 트렌드가 형성이 되고 남들이 눈길도 주지 않았던 개성들이 날개를 피기 시작했다. 유튜브나 아프리카, 트위치, 인스타그램이나 틱톡이 발전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 생각한다. 우물 안에서 주변에 휩쓸리지 않고 나로 남아 큰 세상을 볼 수 있고 그 세상에 나를 남길 수 있다.
그래도 나를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해도 그게 무슨 상관인가. 요즘 세대들의 개성의 상징 중 타투(tatoo)도 한 자리를 차지한다. 신체의 일부가 되어버린 나의 조그마한 두 개의 타투들은 나의 하나의 개성이 되었다. (타투를 권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만약 할 것이라면 나에게 의미 있는 나만을 대변할 수 있는 문구나 그림을 새기기를 바란다.) 말없이 거사를 치르고 부모님께 걱정하는 마음으로 그것을 보여드렸을 때는 당연하게도 걱정을 들었지만 거의 10년을 함께 한 이 문구들을 새긴 것에는 후회가 없다. 남들에게는 없는 나만의 시그니처가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내가 조금씩 조금씩 두루두루 가지고 있는 기술이나 지식은 남들이 보기에 타투와 비슷한 맥락으로 걱정이 되고 남달라 보이지만 이제는 나의 하나의 개성이고 나의 정체성이라 생각하고 있다. 한 때 사람들의 시선과 걱정에 나도 휩쓸려 고민을 했지만 이제는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이 점이 남들에게 부각되지 않아도 좋다. 실제로 타투를 하는 사람들 중에 남들이 볼 수 없는 나만 볼 수 있는 신체부위에 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 나의 만족과 행복이 제일 중요한 것 아니겠는가. 얕고 넓은 재능을 가진 것이 남들에게는 걱정되고 다르다 느껴지겠지만 이것이 나를 완성하는 하나의 조각인 것이다. 타투처럼 쉽게 지울 수 없다. 다른 사람들에게 인정받지 않아도 좋다. 나의 일부이니까 나의 마음에만 들면 그만이다.
글/그림 오웬 플리크 (O.N.FLEEK)
Instagram @o.n.fleek_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