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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의원

슬슬 봄옷을 꺼내볼까

by 재이

돈화문 우측에 남쪽으로 불룩하게 내민 공간에 상의원, 불 면각, 교자고 등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상의원은 임금의 의복, 왕실의 금은보화와 장식품 등을 공급하던 관청인데 조선 태조 원년에 고려의 제도를 본떠 공진서를 두었다가 숙종 37년에 '상의원'이라 고쳤습니다. 창덕궁 외에도 궁궐마다 있습니다.

상의원에서는 충청도, 전라도, 경상도, 강원도의 각 고을에서 뽑힌 기생들로 구성된 침선 비 20명이 의복과 폐물을 바느질했다고 해요.


​조선시대 왕의 의복은 크게 위의 그림처럼 다섯 가지로 나뉘는데,

1번은 곤룡포는 왕의 일상복으로 푸른색은 태조, 정종, 태종까지 입다가 세종은 처음으로 붉은색을 입었다고 합니다. 조선왕조 500년 동안 파란색을 입은 왕은 세 명, 노란색은 두 명, 붉은색은 스물두 명입니다.

파란색은 동쪽, 아침, 시작의 의미이고 곤룡포에는 익선관이라는 모자를 썼습니다.

매미의 형상을 본떠서 만든 것으로 매미는 깨끗하고 욕심이 없는 곤충을 의미하며 임금은 이와 같이 백성을 어질게 다스리라는 의미가 있습니다.


​2번 강사포는 종묘제례나 명절에 신하들로부터 인사를 받을 때 입던 의복으로 통천관이라는 모자를 썼고, 고종의 강사포 어진 이전에는 '원유관'을 썼습니다.


​3번 군복은 왕의 즉위나, 결혼식과 같은 나라의 중요한 행사 때 입던 의복으로 면류관을 썼습니다. 면류관에는 아홉 개의 구슬이 달려 있는데 왕은 좋은 것만 보라는 의미로 장식한 것이고 귀 쪽으로 양 옆에는 '충이'라고 하는 것이 달려 있었는데 좋은 말만 들으라는 의미였다고 하네요.


​4번 융복은 왕이 외출할 때 입는 의복이고, 긴 조끼처럼 생긴 철릭을 걸치고 머리에는 흑립을 썼습니다.


​5번 군복은 일반 군복과는 확연히 다르게 화려하고 장식이 많았는데 이는 실제로 군복으로서의 기능을 한다기보다 왕이라는 상징적인 의미가 큰 것이고 실제로 전장에 나가서 입는 옷은 아닙니다.


​6번은 그 외에 왕이 궐 밖 백성들의 사정을 염탐하기 위해 일반 한복을 입고 나가는 경우도 있었다고 합니다.


제가 그린 그림들은 직관적으로 어린 학생들에게 다가가기 위해 표현한 것이지만 실제로 임금의 의복을 그린 그림들을 보면 상당히 요즘 말로 힙한 느낌마저 들 정도로 화려하고 멋있어요. 요즘 말로 진정한 패피족(패션피플)이 아닌가 싶네요. 아쉽게도 임금의 어진은 불타고 몇 개 남아 있지 않죠. 다음번 방문 때는 상의원이 있던 자리를 챙겨서 살펴보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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