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새 달력을 받으면 직장인들은 가장 먼저 공휴일부터 확인합니다.
지친 일상 속에서 공휴일이 주는 달콤한 휴식은,
잠시나마 숨을 돌릴 수 있는 작은 낭만이니까요.
가까운 곳으로 여행을 가거나,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쉬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특별한 날이 됩니다.
이런 소중한 공휴일을 여러분은 누구와 보내고 싶으신가요?
가족과 함께 따뜻한 시간을 보내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사랑하는 연인과 여행을 떠나는 사람도 있겠죠.
그런데 만약,
그 공휴일을 직장 동료와 함께 보낸다면 어떨까요?
조금은 믿기 힘들지도 모르겠지만
저는 공휴일에 직장동료들과 신나게 1박 2일로
바다를 보러 떠나기도 했고,
해외여행까지 함께 다녀온 적도 있습니다.
동료들끼리 여행 계획을 세우던 시간도 참 즐거웠습니다.
퇴근 후에는 술잔을 기울이며 직장에서 힘들었던 일들을 털어놓기도 했죠.
“동기사랑 나라사랑”을 외치며 전우애를 나누던 시절이었습니다.
동료가 아플 때는 걱정하며 그 몫까지 최선을 다했고,
늦잠을 자서 지각했을 때는 몰래 망을 봐주기도 했습니다.
결혼 준비로 바쁜 동료가 연차를 쓸 수 있도록
대신 일을 맡아주기도 했고,
신혼여행을 떠났을 때는 동료의 업무를
모두 책임지면서도 힘들기보다는
‘내가 도움이 되고 있다’는 마음에 오히려 뿌듯했습니다.
그때 저는 동료 간의 우정이 얼마나 아름답게 빛날 수 있는지를 몸소 느꼈습니다.
회사 일보다도, 회사 안에서 인간관계가 빛날 수 있다는 사실이 참 따뜻하게 다가왔습니다.
다이아몬드 반지도 손에 끼고 있을 때는 찬란하게 빛나지만,
장식장 속에 오래 놓여 있으면 먼지가 쌓여 빛을 내지 못하는 것처럼,
빛나는 관계도 거리가 생기면 빛을 잃기 마련입니다.
직장을 떠나는 순간부터 동료와 저는 더 이상 같은 교집합 안에 있지 않게 됩니다.
서로를 이어주던 ‘직장’이라는 단어가 사라지면서 관계의 교차점도 자연스럽게 없어집니다.
더구나 유쾌하지 않게 직장을 그만두게 되면, 나까지 엮이다가 피해 보게 되기에 결국 거리를 두게 되죠.
그렇게 빛나던 관계도, 딱 거기까지였습니다.
깊게 정을 나누었다고 생각했던 동료들과 멀어지면
‘내가 인간관계를 잘 못하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어쩌면 너무 자연스러운 일일지도 모릅니다.
회사라는 사회적 공통점 속에서 잘 지내기 위해 그들은 나에 대한 불만을 참고 있었던 부분이 있었을 수도 있고,
단지 직장이란 공통점이 사라졌기에 자연스럽게 멀어진 것일 수도 있으니까요.
직장을 나오면 문득 혼자가 된 기분이 듭니다.
인간관계 속에서 고독과 외로움이 찾아오기도 합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내가 힘들수록 진짜 인연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동기사랑, 나라사랑’을 외치던 직장 사람들이 아니라
가족, 초등학교 때부터 함께해 온 오래된 친구,
그리고 사랑하는 연인이었습니다.
자주 만나는 직장 사람이 아니라
가끔 만나도 마음을 다해 품어주는 사람들이
가장 깊은 위로가 되어주었습니다.
그들은 조용히 내 편이 되어주었고,
힘든 나를 더 진심으로 안아주었습니다.
그제야 저는 정말 고맙고 빛나는 인연이 무엇인지 알아가기 시작했습니다.
어떤 분이 인간관계는 버스와 비슷하다고 말한 글이 떠오릅니다.
버스 안에서 함께하는 사람들은 계속 달라집니다.
어떤 인연은 잠시 올라타 같은 구간을 함께 웃으며 지나가고,
어떤 인연은 조용히 정류장에서 내려 각자의 길로 향하기도 합니다.
내리는 인연이 있다고 해서 그 시간이 의미 없었던 것은 아니겠죠.
그저 그 사람의 목적지가 그 지점까지였을 뿐입니다.
그리고 또 다른 정류장에서
새로운 인연이 올라타 다시 함께 길을 달려갑니다.
인간관계도 그렇게 타고, 내리고, 스쳐가며
우리의 삶을 채워주는 건 아닐까요?
버스에서 내린 인연에게는
“여기까지 함께해 줘서 고마웠어, 잘 가”라고 진심으로 인사하고
그리고 언젠가 또 다른 정류장에서
새롭게 내 버스에 올라탈 인연을 맞이하기 위해
나는 조금 더 멋진 사람이 되어가려 합니다.
서로의 구간을 따뜻하게 채워줄 수 있도록요.
회사에서의 관계는 딱 거기까지일 수 있지만,
삶은 계속 달리고 인연은 또다시 채워지니까요.
그래서 오늘도 저는, 제 자리에서 조용히 다음 정류장을 향해 나아갑니다.
그리고 이제는 혼자여도 괜찮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혼자 버스 창가에 앉아 차창 밖 풍경을 바라보며
나만의 속도로 여행을 이어가는 시간도 충분히 즐겁습니다.
그러니 여러분도
이미 지나가버린 버스를 붙잡기보다는
지금 달리고 있는 이 길 위에서
혼자여도 충분히 아름다운 여행을
계속 나아가시길 바랍니다.
다음 정류장에는
또 다른 빛나는 인연이 자연스럽게 올라탈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