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한 번쯤은 퇴사를 꿈꾼다.
어쩌면 매일 가슴속에 사직서를 품고 살아가고 있을지도 모른다.
‘퇴사하면 뭐 하고 살지?’
‘잠도 실컷 자고, 사계절의 풍경을 느끼며 여유롭게 살고 싶어’
나 역시 그런 상상을 했다.
나만의 시간을 온전히 사용하며 근사한 하루를 보내는 삶. 직장인이라면 한 번쯤 그려보았을 장면일 것이다.
내가 일하고 싶은 시간에 일하고, 쉬고 싶을 때는 일정을 스스로 조정하는 삶.
대가 없이 주어진 자유는 아니지만, 내가 선택한 방식으로 버텨내는 삶.
나는 지금, 낮잠을 자고 산책을 하면서도 살아남는 삶을 살고 있다.
퇴사 후 3년째.
프리랜서 디자이너이자 편집자, 그리고 인플루언서로 일하고 있다.
나의 하루는 오전 8시에 시작된다. 푹 자고 여유롭게 샤워를 하고 아침을 먹은 뒤 9시가 되면 스터디카페로 향한다.
이 시간에는 곧바로 일을 시작하지 않는다. 자기 계발서나 심리학 도서를 읽으며 마음의 근육을 먼저 단련한다.
그리고 반드시 산책을 한다.
산책은 단순한 운동이 아니다. 방금 읽은 문장을 머릿속에서 한 번 더 곱씹는 시간이다.
걷는 동안 생각은 정리되고, 풍경은 마음을 가라앉힌다.
불안은 줄어들고 집중력은 천천히 올라온다. 이 과정을 거치고 나서야 비로소 ‘일할 준비가 된 상태’가 된다.
본격적인 업무는 오전 10시부터 시작한다.
12시까지 디자인 작업을 하거나 의뢰받은 업체의 홍보 릴스를 기획하고 자료를 정리한다.
12시가 되면 점심을 먹고 30분 정도 낮잠을 잔다.
이 짧은 낮잠은 나의 오후를 살린다. 억지로 버티는 대신 잠시 내려놓고 뇌를 쉬게 해 주면 집중력이 다시 살아난다. 프리랜서에게 체력은 곧 수익과 직결된다. 낮잠은 게으름이 아니라 생산성을 지키는 장치다.
오후 3시가 되면 다시 스터디카페로 향한다.
디자인 작업을 이어가거나 촬영 일정이 있는 날에는 업장을 방문한다.
저녁 6시, 하루의 일을 마무리한다.
저녁을 먹은 뒤에는 헬스장으로 향한다. 근력 운동과 유산소 운동을 병행하며 체력을 단련한다.
체력이 약하면 일이 버겁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체력이 떨어지면 쉽게 짜증이 나고 마음이 흔들린다는 점이다.
몸이 무너지면 정신도 함께 약해진다. 그래서 나는 몸과 마음을 지키기 위해 운동을 한다.
혼자 일하는 시간이 많다 보니 혼자 생각하는 시간도 길다.
문제는 혼자 있을 때 과거의 화났던 일, 억울했던 일들이 불쑥 떠오른다는 것이다.
무의식 속에 묻어두었던 감정이 조용히 올라온다. 그럴 때 정신적으로 크게 흔들리기도 한다.
그래서 마음을 건강하게 관리하는 일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부정적인 생각이 계속 올라올 때는 일부러라도 미소를 지어본다.
기뻐서 웃는 것이 아니라, 웃기 때문에 기쁨이 따라온다는 사실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또한 ‘아, 지금 부정적인 생각이 올라왔구나’ 하고 인지한다. 그리고 의식적으로 방향을 바꾼다. 내가 기분 좋았던 순간을 떠올리고, 나 스스로를 지지하는 말을 건넨다. 그렇게 반복해야 혼자 일할 때 찾아오는 감정의 파도를 견딜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자유로운 삶을 ‘놀 수 있는 삶’으로 오해한다.
그러나 내가 깨달은 것은 다르다. 자유는 방치가 아니라 설계다.
산책과 간식 시간, 30분의 낮잠, 그리고 운동까지. 이 모든 루틴은 나를 지탱하는 구조다.
나는 더 이상 무작정 달리지 않는다.
대신 리듬을 만든다.
그리고 그 리듬 위에서, 나는 오늘도 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