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정체성
나는 글을 배우기 시작하면서부터 연필과 종이를 좋아했다
초등학교 1학년 어느 날
학교 마치고 집으로 달려와
엄마에게 인사하고 점심도 먹지 않고
평상마루에 엎드려 가방에서 공책을 꺼내
숙제부터 하던 어린 꼬맹이의 뒤통수가
오래된 필름 사진의 한컷처럼 내 맘에 남아있다
매월 정기적으로 집에 방문하신
출판사 아저씨
아빠는 한 달마다 전집을 사주셨다
한국 동화, 세계 동화는 겉장이
떨어질 때까지 읽었다
한국문학전집, 세계문학전집, 위인전집, 삼국지, 추리소설까지 참 많이도 읽었다
지금와서 왜 그렇게 책을 좋아했을까 생각해보니
어린 꼬맹이의 눈에도 세상이 그렇게
행복하게 보이지 않았나보다
그래서 작가들이 만든 책 속의 세상을 동경하고
그 속에서 행복한 시간을 보냈던 건 아닐까
나는 수학선생이다
정확히 말하면 입시학원 수학강사이다
어릴 때부터 책을 사랑하고 글 쓰는 걸 좋아했지만
글과는 정반대의 인생을 살았고 현재도 살고 있다
그동안 꾸준히 독서하고 혼자 글쓰기를 하다가
블로그 시작한 지 어느덧 70일이 되었다
사실 브런치를 먼저 시작해 보려고
프로필만 정하고 글을 써보려다
블로그를 먼저 시작하게 되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엄마를 보낸 지 얼마 안 되고
알 수 없는 허전함과 무거운 아쉬움으로
힘들었던 나에게 브런치보다는 이웃님들과 소통하는 블로그가 더 내게는 맞았나보다
오늘 이웃님 블로그 글을 읽다
브런치작가이야기가 나와서
문득 두 달 전에 신청하려다 시작하지 않은
브런치가 생각나서 글을 쓰게 되었다
나에게 글쓰기란
'나의 마음에게 하는 인사' 같은 거다
오늘은 안녕한지
슬픈 마음, 허전한 마음, 아쉬움 마음도
시로 수필로 털어 내고
또 기쁜 마음, 행복한 마음, 편안한 마음은
담담히 글로 써 내려가는
안녕? 내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