ㅡ에덴피아
2장. 변해 버린 세상 ㅡ에덴피아
눈을 떴을 때, 우현은 낯선 하늘 아래에 있었다.
남해 바닷가의 포근한 이불속에서 잠든 기억이 선명했지만,
지금 이곳은 너무나 다르게 느껴졌다.
하늘은 옅은 보랏빛이 감도는 회색빛으로 물들어 있었고, 여기저기 풀들의 색도 처음 보는 보랏빛이었다.
바람은 은은하고 햇살이 따뜻했지만
이상하리만큼 소음이 없었다.
파도 소리도, 새 지저귐도 들리지 않았다.
마치 모든 것이 조용히 숨을 죽인 듯,
"여기... 어디지...?"
우현은 놀란 눈을 더 크게 뜨고 천천히 일어나 주변을 둘러보았다.
자신이 누워 있던 곳은 부드러운 풀밭이었다.
멀리 보이는 산맥은 곡선을 따라 흐르는 듯 부드러웠고, 나무들은 기묘하게
빛나는 잎사귀를 달고 있었다.
그때였다. 갑자기 그의 손목에서 희미한 빛이 퍼졌다.
놀라서 바라보니, 손등 위에 작고 빛나는 별 문양이 떠올랐다.
마치 문양이 살아 있는 듯 부드럽게 움직였다.
우현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것을 느꼈다.
"이건 꿈일까? 아니면...."
현실이라면, 그는 전혀 알 수 없는 세계 속에 와버린 것이다.
숲 너머로 작고 고요한 마을이 보였다.
우현은 본능적으로 그 마을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처음 걷는 길인데도 어딘가 익숙하고 따뜻하게 느껴졌다.
마치 오래전부터 자신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
마을 어귀에서 우현은 낡은 우물가에 앉아 있는 한 소녀를 마주쳤다.
소녀는 밝은 금발에 따뜻한 눈을 가진 아이였고, 초록빛 망토를 두르고 있었다.
그의 모습을 보자 소녀는 조용히 웃으며 말했다.
"당신... 기억을 잃은 자군요"
우현은 말문이 막혔다.
그녀의 말이 맞는 듯도, 틀린 듯도 했다.
펜션에서 잠들었다 깬 건 기억이 나는 데 그 이전의 기억은 제대로 나지 않고
끊어진 것처럼 기억들이 엉켜 있었다.
이 세계에 오기 전 세상의 기억이 조각조각 머리에 떠다니고 있었다.
소녀는 손을 내밀며 말했다.
"여긴 에덴피아. 당신이 찾아온 곳이며,
당신이 잃어버린 것을 되찾아야 할 세계예요."
"당신의 이름은 무엇이고, 저는 무엇을 찾아야 하죠?"
"나의 이름은 리디아, 당신은 잃어버린 기억의 조각을 찾아야 해요."
리디아는 조용히 말하며, 어디론가 앞장서서 걸어간다.
우현은 자연스럽게 소녀의 뒤를 따라간다.
한줄기 빛조차 들어오지 않는 어두운 숲 속 길을 계속 걸어가는 소녀,
그 뒤를 우현도 조심스럽게 주위를 살피며 따라간다.
한참을 걸어가니 따뜻한 불빛의 오두막이 보였다.
캄캄하던 숲 속이 오두막의 불빛으로 조금은
밝아 보였다.
소녀는 조용히 문을 열고 들어가고, 우현도 따라 들어간다.
"오늘은 이 세계에 오느라 많이 놀라고 힘드셨으니 편안히 쉬세요."
리디아는 방에 마련되어 있는 낡았지만
포근해 보이는 침대를 가리키며
다른 방으로 사라졌다.
다시 침대에 누워 우현은 생각한다.
'여기 누워서 다시 잠들었다 깨면
어제 묵었던 남해 바닷가 펜션으로 돌아가는 거야!
이런 말도 안 되는 꿈을 계속 꾸고 있으면 안 돼!
도대체 여긴 어디에 존재하는 세상인 거야?
나는 이제 잠들고 깨고 나면 다시 돌아가는 거야!'
우현은 마음속으로 다짐하며, 서서히 잠이 든다.
과연 우현의 바람 대로 다시 남해 바닷가 펜션에서 깨어나는 걸까?
창밖에는 여전히 아무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오면서 숲을 둘러봐도 어떤 생명체의 흔적도 느껴지지 않았다.
마치, 거대한 진공관에라도 들어온 듯
모든 소리가 사라진 세상은
그대로 멈춰있는 느낌이다.
우현도 점점 그 고요 속으로 빠져들면서 잠이 든다.
3장. 조력자의 손길 ㅡ유미소를 만나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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