ㅡ나태주 시평
시를 쓰는 마음
류지희
일렁이는 파도같이 마음의 문을 두드리는 시를 쓰고 싶다
무뚝뚝하게 끊기는 알아들을 수 없는 말 대신
누군가의 마음에 줄을 긋는 사람이 되고 싶어
앞을 보지 못하는 사람이 물을 만지는 것처럼
태어나 눈을 처음 보는 사람처럼
언어를 다루는 사람이 되고 싶어
사과를 베어 문 잇자국을 천천히 만져 보는 마음으로
잘린 나무 밑동의 나이테를 종이에 새기는 마음으로
진흙으로 사람의 눈 코 입을 만드는 자세로
울컥이듯 진흙을 토해 내는 갯벌처럼
흙에서 움트는 새싹처럼
시에 숨결을 불어넣는 사람이 되고 싶어
나태주시인님의 한마디
시를 깊이 생각하고 또 습작하는 사람으로서 가장 큰 관심 가운데 하나는
시에 대한 것이다.
시란 무엇일까? 시를 쓰는 마음은 어떤 마음일까?
시의 원동력은 무엇일까? 시인은 어디서 영감을 받는가?
시에 사용되는 언어는 어떤 것이야 하는가?
그래서 시 자체가 시의 제목이 될 수도 있고 소재가 될 수도 있다.
이런 관심과 작업을 통해 시 쓰는 마음이 더욱 명료해지고 단단해진다.
그래서 이번엔 시에 대한 시를 고르기로 했다.
매우 다부지면서도 아름다운 생각을 품고 있는 작품이다.
박용철 같은 시인은, 시인을 일러 '하나님 다음가는 창조자'라고 말했다.
이 시인의 마음이 그렇고 이 시의 내용이 그렇다. 시 쓰기는 생명 없는 물상에
생명을 불어넣는 작업이며 또 인간의 마음을 바꾸는 작업이다.
신기한 세계를 보고 듣는 시인의 마음의 촉수가 부드러우면서도 세심하다.
그 마음 끝 붓질 속에서 우리 마음도 부드럽고 세심하게 일어나 새로운 생명을
얻고 싶어 한다. 다만 시의 마지막 부분이 지나치게 열렸다.
적어도 반전의 문장이 거기에 있어야 한다.
유쌤의 사색
지난 일 년 동안 나는 무려 120여 편의 시를 썼다.
지금 돌이켜 보면, 내가 어떻게 그 많은 시를 쓸 수 있었는지 스스로도 놀랍다.
나태주 시인님의 질문처럼,
나의 시의 원동력은 무엇이었을까.
나는 어디에서 영감을 얻었고, 어떤 마음으로 시를 써왔을까.
내가 시를 쓰게 한 가장 큰 힘은
엄마를 떠나보낸 뒤 찾아온 애도의 마음이었다.
그 마음을 달래기 위해 산책을 나섰고,
그 길에서 마주한 자연의 풍경 속에서 시의 영감을 얻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의 마음 곁에 함께 있어 준
이웃님들의 따뜻한 마음 또한 큰 원동력이 되어 주었다.
이제 전자책을 완성하고
애도의 시간이 서서히 따스한 그리움으로 바뀌면서
나의 시심도 함께 사라져 버린 걸까.
요즘의 나는 도무지
시를 쓰고 싶은 마음도, 시심도 쉽게 올라오지 않는다.
추운 겨울 움츠린 마음처럼
나의 마음 또한 깊이 움츠려 있다.
이제는 그저 새봄을 기다려야 하는 걸까.
돌이켜 보면 작년의 나는
봄이 오면서 마음이 열렸고,
그와 함께 시도 유독 많이 써 내려갔던 것 같다.
박용철 시인님이
시인을 ‘하나님 다음가는 창조자’라고 말했다는 이야기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내가 시를 쓰던 순간들은 정말로
나 스스로도 알 수 없는 힘에 이끌려
그저 받아 적듯 써 내려가던 시간들이었으니까.
사라진 시심이 다시 돌아오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오늘은 나태주 시인님의 시평에
조심스레 나의 마음을 담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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