ㅡ조용한 온기
4편. 커피 향에 스며드는 두 사람 ☕
카페 창밖으로 보이는 하늘은 낮게 내려앉아 있다.
오늘 오후에는 계절을 재촉하는 겨울비라도 내릴 것 같다.
올봄에 공사를 시작해 여름을 지나 초가을에 문을 연 카페—
오픈한 지 한 달 남짓, 벌써 네 번째 계절인 겨울을 기다리고 있다.
오후 2시.
이 시간이 되면 희연의 마음과 시선은 자연스럽게 출입문 쪽에 머문다.
벌써 개업 한 달째, 평일 오후 2시만 되면 카페로 ‘출근’하듯 찾아오는 영한.
언젠가부터 그를 기다리는 일은 희연의 일상이 되었다.
커피 잔을 내려놓거나 토스트를 건네며 슬쩍슬쩍 눈에 들어오는 노트북과 책들.
그가 작업하는 모습을 보면 대충 직업이 짐작됐다.
아마 번역가이거나 작가일 것이다.
그의 이름은 카페 쿠폰을 발급하며 알게 됐다.
이영한.
친근하고 부드러운 그의 분위기와 잘 어울리는 이름이라고 희연은 생각했다.
어느 날 무심코 그의 이름을 인터넷에 검색해 보았다.
신춘문예 등단 작가,
당선작 장편소설 《겨울 안개》는 베스트셀러가 되어 있었다.
책을 좋아하는 그녀도 언젠가 제목쯤은 들어본 기억이 났다.
그래서 지난 주말, 서점에 들러 그의 책을 샀다.
《겨울 안개》
제목부터 쓸쓸한 책.
이야기 또한 슬펐다.
희연은 오늘 그가 오면 가볍게 사인이라도 받아볼까 생각하며
자신도 모르게 볼이 따뜻해지는 걸 느낀다.
책을 만지작거리던 순간,
출입문에 달린 종이 울린다.
“딸랑딸랑.”
오늘따라 그 소리가 유난히 밝다.
가볍게 목례한 그는 습관처럼 창가 자리로 향해 앉는다.
이제 주문을 하지 않아도
그를 위해 연하고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내리는 그녀,
노트북을 켜고 책과 작업물을 차분히 테이블 위에 올려놓는 그.
이제 두 사람은
카페의 온기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있다.
과연 마음도 함께 스며드는 중일까.
희연은 회색빛으로 가라앉은 하늘에서
한두 방울 떨어지기 시작하는 빗소리를 듣는다.
낮게 흐르는 피아노 선율에 마음을 잠시 내려놓는다.
들어올 때 우산을 들고 오지 않았던 그의 모습이 떠오른다.
카페 안에 여분의 우산이 있는지 둘러본다.
다행히 하나가 있다.
희연의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오늘은 처음으로 말을 걸 생각이었는데
우연히 이야기 소재가 두 가지나 생겼다.
우산과 책.
부담스럽지 않게, 최대한 가볍게.
희연은 속으로 대화를 그려본다.
‘지난주에 우연히 서점에 갔다가
작가님 이름을 발견했어요.
이 책, 작가님 책 맞으시죠?’
책 표지 다음 장에 실린 사진과 소개를 보여드리고,
이어서—
‘제 카페에 두고 싶어서 샀는데
실례가 안 된다면 사인 부탁드려도 될까요?’
그는 아마 쑥스러운 듯 웃으며 사인을 해주겠지.
그러면 다시 가볍게—
‘들어오실 땐 비가 안 왔는데
지금 보니 오래 내릴 것 같아요.
우산 하나 미리 빌려드릴게요.’
혼자서 대화를 완성해 가며
그에게 가져다줄 커피를 들고 다가간다.
잔을 내려놓으며,
한 손에 들고 있던 책을 보여주려던 순간—
“오늘 날씨가 참 좋네요.
저는 이렇게 비 오는 날을 좋아하거든요.”
아,
그가 먼저 말을 걸다니.
당황한 희연은
조금 더듬거리며 웃는다.
“아… 네.
저도 비 오는 날 좋아해요, 하하.”
커피 잔을 내려놓고
그녀는 다시 카운터로 돌아간다.
‘아… 그럼 책 이야기는 언제 하지?
오늘은 우산만 빌려드리고
다음에 해야겠네.’
그렇게 조용히,
아주 천천히—
두 사람의 마음은
커피 향과 함께 스며들고 있었다.
……〈5편. 커피와 책, 그리고 두 사람〉
……계속
오늘은 4편을 올려본다.
이번 4편은 특별하다.
원래 스토리 구상은 희연이 상상한 대로
대화를 이어가려고 쓰고 있었는데
갑자기 영한이
"날씨가 참 좋네요. 저는 이런 비 오는 날을 좋아합니다."
이런 대사가 쓰인 것이다.
정말 신기한 경험이었다.
이건 마치 소설 속 주인공 영한이 작가인
나에게 이번엔 내가 먼저 말 걸게 해 달라고
나에게 말을 건 느낌이라고나 할까.
정말 내가 진짜 작가가 된 기분이 들었다.
어느새 나는 소설을 쓰는 동안은 소설 속 인물이 되어 생각하고 살고 있는 것 같다.
다른 작가님들도 그런 걸까...
앞으로의 소설 뒷 이야기가 더 궁금해진다.

#커피와책그리고사람
#커피향에스며드는두사람
#카페로맨스
#감성소설
#밀리의서재
#일상로맨스
#설렘주의
#로맨스소설
#글쓰는일상
#소설쓰는유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