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장. 다가가면 멀어지고
2장. 다가가면 멀어지고
<지난 줄거리>
인테리어 회사 대표 혜진은 오랜만에 맡은 한옥 카페 현장을 답사하러 간다.
외관과 풍경에 매료되어 사진을 찍던 순간, 낯선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오고…
그녀 앞에 차갑고도 지적인 기현이 나타난다
기현은 일이 없는 주말이지만, 어머니의 새로 개업하는 한옥 카페의 내부를 살피러 시외로 향한다.
창밖으로 보이는 가을 풍경은 여유 없이 살고 있는 그의 마음에도 작은 위로를 주는 듯하다.
너무나 파랗고 청명한 가을 하늘, 하얀 구름이 여기저기 아름다운 그림을 수놓고
길가의 코스모스가 바람에 흔들린다.
지난여름도 회사일로 쉴 새 없이 바빴던 대기업의 간부, 이기현 ㅡ
여름휴가조차 반납하고 가을에 출시되는 새로운 제품 프로젝트에 몰두했다.
그런 그에게 가족이라고는 어머니밖에 없다. 아버지는 어릴 때 일찍 돌아가셨고
외동아들에 손이 귀한 집안이라 친가, 외가에도 사촌이 별로 없었다.
그런 그에게 유일한 친구는 학창 시절엔 공부였고, 지금은 일이다.
그래도 모처럼 회사 일이 없는 주말에도 어머니의 한옥 카페 개업을 위해 시간을 내고 있다.
차에서 내려 우선 한옥 카페 내부를 둘러보고 앞으로의 인테리어 공사 일정을 체크해 본다. 어머니가 다 선정해서 계획을 짜고 계약까지 다 하셨고 그는 시간 날 때마다 와서 관리, 감독만 하기로 했다. 회사에서도 멀지 않은 곳이라 일에도 지장은 없었다.
잠깐 외부의 풍경에 취해 정원을 둘러보다가, 그는 익숙한 카메라 셔터 음을 듣는다.
"찰칵찰칵"
카메라 셔터 음 소리에 기현은 뒤를 돌아본다.
'누구지? 오픈도 안 한 카페에 올 사람이 없는데...'
단발머리에 감색 정장을 한 그녀는
따뜻하면서도 세련돼 보였다.
그는 순간 어머니가 말한 인테리어 회사 대표인가 하는 생각을 했지만, 전혀 다르게 대화를 이어 간다.
"누구신가요? 아직 여긴 오픈도 하지 않은 카페인데 사진 찍으시면 안 됩니다."
약간은 차갑게 말하는 그를 보며 혜진은 당황한 듯, 얼굴이 살짝 붉어진다.
"아, 저는 이 카페 인테리어를 맡은 사람인데 혹시 누구실까요? 전 유희수 사장님을 만나러 왔는데요."
"그러셨군요. 어머니가 미리 말씀을 안 드렸나 보네요. 이번 인테리어 관리와 감독을 맡게 된 이기현이라고 합니다."
그는 손을 내밀며 가볍게 악수를 청한다.
혜진도 손을 내밀며 가볍게 인사한다.
"안녕하세요. 전 이번 카페 인테리어를 맡은 김혜진입니다."
인사를 나누자마자,
그는 망설임 없이 얘기를 이어 간다.
“대표님! 아직 식사 전이면 근처 식당에 가서 식사하시면서 앞으로의 세부 일정에 대해 의논해 볼까요?”
기현의 목소리에는 자신감과 활기가 묻어났다.
“아, 오늘은 제가 돌아가서 의뢰인 사장님과 통화를 해 보고, 다음에 약속을 잡도록 하면 안 될까요? 제가 이후에도 약속이 있어서요. 죄송합니다.”
“그게 좋겠군요. 안 그래도 오늘은 우연히 만난 거니, 다음에 정식으로 약속을 정하고 뵙지요.”
정중히 인사한 뒤돌아서는 그의 뒷모습은 묘하게 쓸쓸해 보였다.
혜진은 그와 앞으로 이어질 만남이 어떤 색깔로 다가올지 잠시 생각에 잠겼다.
돌아가는 차 안에서, 혜진은 카페 의뢰인 사장과 통화를 한다.
“안녕하세요, 유희수 사장님! 오늘 제가 잠깐 한옥 카페 사전 답사를 다녀왔는데요, 거기서 우연히 아드님을 뵈었어요. 이번 일은 사장님께서 진행하는 줄 알았는데, 관리·감독을 아드님이 맡으신다고 하시더라고요.”
“아, 혜진 대표님. 죄송해요, 미리 말씀 못 드렸네요. 원래는 제가 함께 하기로 했는데 갑자기 일정이 너무 바빠져서요. 저희 아들과 충분히 상의했으니, 원래 계획대로 진행하시면 됩니다. 그리고 제가 제안드렸던 인테리어 초안과 조금 다르게 요구하더라도 아들 의견대로 해주세요. 저를 누구보다 잘 아는 아이니까, 함께 의논하면서 진행하시면 될 거예요.”
전화를 끊고 난 혜진은 문득, 유희수 사장이 작가로서 어떤 바쁜 일정에 쫓기고 있는지 궁금해졌다.
첫 만남에서 느낀 따뜻한 인상의 유희수 사장이라면, 한옥 카페와도 무척 잘 어울릴 거라 생각했었다.
그래서 이번 프로젝트는 다른 의뢰인들과 달리 마음 편히, 즐겁게 진행될 줄 알았다.
그런데 정작 현장에서는 아들이 맡게 되었다니.
차가운 첫인상의 그 남자와 마주할 생각을 하니, 왠지 이번 일은 기대만큼 순탄치 않을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어쩌면 즐겁지만은 않겠지….’
그녀는 혼잣말처럼 미소를 지었지만, 그것은 씁쓸한 빛깔이 스며든 미소였다.
창밖으로 스며드는 가을 석양이 붉게 번져 오르며, 혜진의 이런 마음마저 따뜻하게 감싸주었다.
'아, 그래도 오랜만의 시외 나들이도, 한옥 카페도… 정말 멋지다. 이번 일은 신나게 할 수 있을 것 같아.’
늘 긍정적인 그녀는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이번에도 멋지게 마무리해 보자.
저 멀리 지는 저녁 해가, 마치 그녀의 다짐을 함께 응원해 주는 듯 따스히 물들어 갔다.
그리고, 이기현.
그와의 만남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이어질까….
3장. 어긋나는 순간들 ― 마음이 머무는 자리
.......... <계속>
[작가의 말]
오늘은 새로운 소설 2장을 올려 봅니다.
왠지 가을 분위기가 느껴지시나요
제가 요즘 브런치 연재 북을 만드느라 새로운 소설 쓰는 게 좀 힘들지만, 그래도 소설 쓸 때가 가장 즐겁네요
이번 소설은 제가 읽었던 책보다는 그동안
멜로드라마, 영화 덕후로서 여러 드라마를 보면서 쌓았던 감정들을 녹아 보려 합니다.
저의 자전적 소설은 아니지만, 저의 사심을 담아 등장인물에 들어가고 싶어서
카페 사장님의 이름이 저의 자전적 소설이었던 첫사랑 청춘 캠퍼스 소설 주인공 이름이네요
작가가 되어 경치 좋은 곳에 한옥 북카페를 차리고 싶은 소망을 한번 담아봅니다.
깊어 가는 가을 ㅡ
두 주인공 혜진과 기현의 이야기에 빠져보실까요
다음 연재도 많이 기대해 주시고요~♡♡♡
#창작 연재 단편
#이별은 그리움을 남기고
#다가오면 멀어지고
#가을 감성
#주말 드라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