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장. 어긋나는 순간들ㅡ마음이 머무는 자리
3장. 어긋나는 순간들 ㅡ마음이 머무는 자리
늦가을 오후, 기와지붕 아래 따뜻한 목재 향이 퍼지는 한옥 내부. 창을 열자 은은한 햇살이 마룻바닥을 물들이고 있었다. 혜진은 설계 도면이 담긴 가방을 내려놓고 공간을 찬찬히 살폈다.
“실내 구조가 예상보다 잘 나왔네요.” 혜진이 말하자, 기현이 천장을 올려다보며 대답했다.
“맞습니다. 특히 대청마루가 무대처럼 활용되면 좋을 것 같아요.”
혜진은 순간 고개를 갸웃했다.
“무대 말씀이신가요?”
“네. 창가 쪽 마루를 단차만 조금 주면 작은 공연 공간으로 충분합니다. 요즘은 산속까지 일부러 찾아오시는 손님들이 조용히 책만 읽으려 하기보단, 특별한 경험을 원하시거든요. 어쿠스틱 라이브 공연 같은 걸 하면 어떨까요?”
혜진은 가방에서 스케치북을 꺼내 펼쳤다. 정갈하게 그려진 도면에는 책장, 라운지체어, 은은한 조명이 배치되어 있었다.
“원래 콘셉트는 북 카페였습니다. 나무와 차 향기에 젖어 책을 읽고, 조용히 사색할 수 있는 공간 말이죠. 음악이 들어오면 산만해지지 않을까요?”
기현은 물러서지 않았다.
“그건 오히려 분위기를 해칠 수 있습니다. 이 건물은 천장의 **노출 보(梁)**와 황토 벽면 덕분에 울림이 좋아서, 작은 앰프만 있어도 충분히 생생하게 퍼집니다. 책 보다 음악이 더 어울릴 수도 있죠.”
“하지만 책은 이 공간의 정체성을 지키는 핵심입니다. 음악이 중심이 되면, 카페의 방향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혜진의 말투엔 단호함이 묻어 있었다.
“대표님, 요즘 누가 산속까지 책을 읽으러 오겠습니까. 도심에도 북 카페는 넘쳐납니다. 여긴 특별해야 하고, 그래서 찾아올 이유가 있어야 합니다.”
잠시 팽팽한 침묵이 흘렀다. 혜진이 한숨을 고르고 말을 꺼냈다.
“그렇다면 이렇게 하면 어떨까요? 낮에는 북 카페로 운영해 조용한 분위기를 유지하고, 저녁에는 말씀하신 대로 라이브 공연을 하는 겁니다. 공간을 두 가지 방식으로 활용하는 거죠.”
기현의 표정이 서서히 풀리며 미소가 번졌다.
“낮엔 책, 밤엔 음악이라… 괜찮은데요. 운영 시간대에 따라 분위기를 달리하면 인테리어도 맞춰 설계할 수 있겠습니다.”
혜진이 곧장 도면에 선을 그으며 말했다.
“그럼 이쪽 가벽에는 내장형 책장을 설치하겠습니다. 기둥 간격이 일정하니 구조적으로 안정적일 겁니다. 무대는 창가 마루에 단차를 주어 조성하고요.”
“좋습니다. 저는 음향과 조명 배치를 신경 써보겠습니다. 낮에는 은은한 간접 조명, 공연 때는 집중도를 높이는 트랙 조명으로 전환하면 완벽할 겁니다.”
두 사람은 도면 위에 펜 선을 그으며 의견을 맞춰갔다. 처음엔 부딪혔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서로의 아이디어가 하나로 엮여 갔다.
혜진이 고개를 들며 미소 지었다.
“역시 의견을 나누니 제가 놓친 부분이 보이네요.”
기현도 피식 웃으며 맞받았다.
"서로 다르니까 더 풍성해지는 거겠죠.
좋은 결과가 나올 겁니다."
창밖으로 단풍잎이 바람에 흩날렸다. 두 사람의 대화 속에도, 어쩐지 따뜻한 기류가 조금은 스며든 듯했다.
혜진은 잠시 시선을 창밖에 두었다.
“처음엔 너무 다른 길을 이야기하는 줄 알았는데… 이렇게 하나의 그림이 되어 가는구나. 어쩌면 공간만 완성되는 게 아니라, 내 마음도 조금씩 새로운 자리를 찾아가고 있는 걸지도 몰라.”
그녀의 눈에 스친 단풍잎 한 장이 천천히 땅에 내려앉았다. 마치 계절과 계절이 맞닿는 순간처럼, 지금 이 자리에도 어긋남과 합의가 동시에 머물러 있었다.
4장. 깊어가는 가을밤 ㅡ피아노 선율에 실린 두 마음
............. <계속>
[작가의 말]
오늘 '이별은 그리움을 남기고'3장을 올려봅니다.
점점 두 사람의 감정선이 깊어지는 느낌이지요
아직은 비즈니스 관계지만 어떻게 두 사람의 감정이 깊어질까요?
여러분들도 두 주인공, 혜진과 기현의 감정에 따라 가보시는 시간이 되셨길 바라며
다음 화도 기대 부탁드립니다
깊어 가는 가을밤,
행복한 시간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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