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대왕님께 보내는 편지

초보 작가의 맞춤법 고백

by 유쌤yhs

"한글날에 세종대왕님께 드리는 편지처럼 쓴 에세이입니다"


나는 이과 출신이다.

그것도 순수 과학이 아닌, 공대 출신이다.


졸업 후에는 수학과를 다시 전공했고, 지금은 입시학원 현직 수학 강사로 일하고 있다.

책은 어릴 때부터 좋아했다. 아빠가 사주셨던 책들을 많이 읽었고, 글쓰기를 좋아해서

일기 쓰기는 나의 매일의 루틴이 되었다.


지금처럼 디지털화되기 전에는 손 편지를 자주 썼다.

서너 장 되는 편지를 가족이나 지인, 친구들에게 보내는 걸 좋아했다.

방학이면 독서 감상문이나 수필 쓰기 숙제도 즐거웠다.

그렇다, 나는 책 읽기와 쓰기를 너무나 좋아했다.


그런 내가 올해 초 블로그를 시작했고, 이제는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글의 ‘내용’에 대한 지적은 거의 받아본 적이 없다.

“감동적이다.”

“수학 선생님이 글을 이렇게 잘 쓴다고?”

“소설의 인물 구상이나 전개가 정말 섬세하다.”

늘 이런 칭찬이 이어졌다.


하지만 나는 ‘맞춤법’ 지적을 자주 받았다.


가족 중 문과 출신이자 나에게 소설 쓰기를 권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가족이 있다.

그 가족은 내 블로그 글을 볼 때마다 이렇게 말했다.

“내용은 좋은데 줄 바꿈이나 맞춤법, 띄어쓰기를 좀 주의해.”


블로그 글도 출판된 책처럼 완벽하길 바라는 모양이었다.

속으로는 ‘그럼 내가 정식 작가의 길을 갔지, 왜 블로그를 하겠어’ 하고 웃었지만,

그래도 나를 생각해 주는 말이라 받아들였다.


그런데 그 말도 여러 번 듣다 보니 슬슬 기분이 상했다.

그 가족은 블로그를 안 하기 때문에, 매일 글을 쓰다 보면 그런 걸 맞추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모를 것이다.

컴퓨터에서는 자동 줄맞춤이 되지만, 스마트폰으로 쓰면 줄이 자꾸 뒤섞인다.

계속 수정해도 완벽하게 맞추기가 어렵다.

그래서 나도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이 있지만, 적당한 선에서 그냥 올린다.

사실 나도 완벽하게 정리된 글을 올리고 싶다. 하지만 블로그에는 줄 맞춤 기능이 없다.


또 다른 친한 이웃님 두 분에게 비댓으로 맞춤법 지적을 받은 적도 있다.

한 번은 블태기 초기였다. 글을 하루 쉬려고 사문진나루터 강변에 산책을 나갔다가

갑자기 여고 시절 추억을 짧은 단편소설로 쓰고 싶어졌다.


강바람 맞으며 벤치에 앉아 30분 만에 완성하고, 맞춤법기도 두세 번 돌린 것 같았다.

하지만 꼼꼼히 읽어보지 못하고 출근하느라 그냥 올렸다.

저녁에 보니 “세 군데 틀렸어요”라는 비댓이 와 있었다.


잘못된 단어가 반복되어 누구나 쉽게 발견했을 부분이었는데,

비댓으로 조용히 알려준 게 오히려 고마웠다.

나도 글을 올리고 나서 다시 읽어보며 자주 수정한다.


또 다른 이웃님은 내가 여러 소설을 쓰다 보니 주인공 이름을 헷갈려 잘못 쓴 부분을 알려주셨다.

그때도 감사했다.


이 세 사람 — 가족과 두 이웃님 덕분에

나는 더 꼼꼼히 글을 쓰게 됐다.

하지만 여전히 글 내용에 집중하다 보면 맞춤법은 어렵다.

그래서 공부를 해봐야겠다고 마음은 먹었지만,

소설 쓰고 시 쓰고 에세이 쓰고 포스팅하느라 바빠서 미루고 있었다.


그러다 8월, 드디어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

블로그에서는 글을 좋아하는 일반 이웃들이 많았지만, 브런치에는 ‘작가’들이 많았다.


그런데 얼마 전, 브런치에서 한 작가님으로부터 처음 메일을 받았다.

브런치는 비댓 기능이 없기에 개인 메일을 주고받는다.

‘어떤 내용일까?’ 설레는 마음으로 열어보니—


아뿔싸!

내 브런치 작가 소개 글의 띄어쓰기가 하나 잘못돼 있었다.


정말 충격이었다.

브런치도 본문은 맞춤법 검사가 되지만,

소개 글이나 댓글은 검사 기능이 없으니 그냥 썼다가 실수한 것이다.


그래서 감사 인사를 드리며,

“이과 출신 수학 강사라 이해해 주시길 바라지만,

이제 작가도 됐으니 공부를 다시 해보겠다”라고 답장을 보냈다.


그런데 그분의 답장에도 오타 하나 발견!

아아… 진짜 우리말은 왜 이렇게 어려운 걸까.


글을 쓰면서 맞춤법 지적을 자꾸 받으니

작가로서 의욕이 떨어지는 건 사실이다.


그래도 나는 연휴 동안 1일 1포를 지키려 노력했다.

하지만 어제는 스레드에 몇 개만 올리고, 블로그와 브런치는 쉬었다.


백성을 사랑하신 세종대왕님께서

‘누구나 쉽게 쓸 수 있는 글’을 만들고자 창제하신 한글.

그런데 요즘은 맞춤법과 띄어쓰기가 너무 어려워서

많은 작가님들이 “한글은 쓰기 어려운 글이 되었다”라고 불평한다고 한다.


스레드에서도 맞춤법 에피소드를 올렸더니

한 직업 작가님이 “지금의 작가들도 완벽하게 틀리지 않고 글 쓰는 사람은 드물어요.

공부해도 헷갈려요.”라고 하셨다.


그래서 나도 맞춤법 앱을 깔았다.

댓글이나 소개 글도 꼭 검사하고 올리기로 했다.


평생 숫자와 수식만 써오던 내가

진짜 작가가 되는 건 힘든 일일까.

내용이 우선이면 안 될까.

맞춤법이나 띄어쓰기 한두 개 틀리는 건 애교로 봐줄 수는 없을까.


그런 생각을 하다 보면 마음이 무거워진다.


어쩌면 내 글이 아직 완벽하지 않으니,

할 말이 없어서 맞춤법만 지적하는 건 아닐까 —

그런 부정적인 생각도 들었다.


오늘까지도 글쓰기가 싫었는데,

아침에 라디오에서 오늘이 **‘한글날’**이라는 소리를 듣고

세종대왕님께 하소연하고 싶은 마음에

점심도 안 먹고 글을 쓰고 있다.





세종대왕님!

백성을 사랑하셔서 만드신 한글,

저도 정말 사랑합니다.


글을 배우기 시작한 어린 시절,

학교에서 돌아오면 밥도 안 먹고 대청마루에 엎드려

작은 손으로 연필을 꼭 쥐고 숙제부터 하던 그때의 제가,

이제는 ‘온라인 작가’라는 이름을 얻었습니다.


하지만 주위를 둘러보면

문과 출신의 고명한 분들이 너무 많습니다

이과 출신 작가인 저는 앞으로 어떻게 글을 써야 할까요.


그래도 편지 한 장 쓰고 나니 마음이 조금은 풀립니다.


부족한 필력과 문장력으로

브런치북 프로젝트, 신춘문예까지 도전하고 있는 제가

조금 무모해 보일지 몰라도——


이 글을 쓰고 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습니다.

그게 바로 글쓰기의 힘이겠죠.


그래서 저는 오늘도 글을 씁니다.

인생을 씁니다.

그리고 행복합니다♡♡♡







#한글날 #세종대왕님 #브런치작가 #이과작가 #맞춤법고백 #초보작가 #유쌤에세이 #글쓰는삶 #수학강사에세이 #한글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