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그만두고 책방을 열겠습니다.

결정하기까지 고민한 것들

by 수형

퇴사를 했다. 정확히는 2024년 2월 16일이 마지막 출근이었다. 약 1년가량이 흐른 지금, 무엇을 하고 있고 어떤 결정을 내렸는지 남겨두려고 한다. 바로 '창업'을 결심한 것.


IT 대기업 - 방송국 - IT 스타트업을 돌며 약 4년 동안 콘텐츠 업계에서 일했다. 퇴사 전 직무는 콘텐츠 마케터였다. 자사 공식 블로그를 운영하고 콘텐츠를 만들면서 2년 7개월 동안 부지런히 성장했다.


2년 정도 일을 관성적으로 하는 스스로를 자각하고 흥미가 떨어지면서 말 그대로 출근이 고역 같았다. 늘 온탕과 냉탕을 번갈아 오갔다. '이 정도 월급에 이 정도 업무량이면 만족하면서 다닐만하지'싶다가 도 '이러다 물경력 되는 거 아닌가? 이렇게 시니어로 넘어가도 되는 건가? 경력과 역량을 비례해서 쌓고 싶은데'라는 걱정이 밀려왔다. 함께 일하는 동료들은 좋았지만 그것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었다. 무엇보다 스타트업에 재직 중이었다 보니 지금 연차에 한 번쯤 다른 곳으로 점프가 필요하다고도 생각했다. 계속 안주하기 전에.


퇴사를 결심한 이유가 책방을 열기 위해서는 아니었다. 처음에는 비슷한 연차의 직장인 분들처럼 이직을 준비했었다. 몇 군데에 서류를 냈고, 면접을 봤고 합격하기도 했다. 결론적으로는 이직하지 않았다. 자발적으로 '백수'가 되기를 선택한 것. 도대체 왜?


'내가 정말 이 일을 좋아하는 게 맞나?'

이직을 준비하면서 끊임없이 했던 고민이다. 이력서와 포트폴리오도 그럭저럭 만들어졌고 남은 건 지원하는 일뿐. 쉽사리 마음이 내키지 않았다. 하기 싫은 건 아닌데 그렇다고 하고 싶은 것도 아닌 것 같아서다. 많은 직장인 분들이 코웃음을 칠 수도 있다. 세상에 하고 싶어서 일하는 사람이 어디 있냐며, 해야 하니까 하는 거지. 왜 하기 싫은 일을 해야 할까, 언제까지 그렇게 살아야 할까. 제출 버튼을 누르려다가도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이 손가락을 붙들었다.


그래서 좋아하는 일을 해보려고 한다. 그게 전부다.

일단 퇴사는 했다. 이유는 '휴식'이었다. 맞는 말이기도 하다. 휴식이자 자아 탐색의 시간이 될 테니. 퇴사한 지 11개월가량이 흐른 지금 답을 찾았냐고 묻는다면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네! 어쩌다 책방 창업을 결심했는지 이야기하려면 퇴사하고 무엇을 했는지부터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그래서 무엇을 좋아하는데?

백수를 결심하고 퇴사한 건 처음이라 휴식이 편하지 않았다. 마음은 계속 불안하고 이렇게 살아도 되는지에 대한 자기 책망이 굉장히 심했다.(주변 사람들은 내 성격을 아니 잘 알 것이다..) 당장이라도 재취업을 준비해야 하나라는 걱정에 하루에도 몇 번씩 원티드나 잡코리아를 들락날락거렸다.


이때 책을 정말 많이 읽었다. 책 속으로 도망쳤다는 표현에 더 가깝다. 이 시기에 읽었던 책을 살펴보면 무엇을 고민하고 있었는지 단숨에 알 수 있다. '매일을 헤엄치는 법', '주말엔 숲으로',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다', '지금 이대로 괜찮은 걸까?' 등 회사 다닐 때는 거들떠도 안 보던 에세이만 주구장창 읽었다. 책에서 답이 구해졌으면 싶었다.


그러다 블루도어북스에서 구매한 '카페에서 일하는 할머니'를 읽고 스스로에게 작은 성취를 심어주기로 했다. 평소에 해보고 싶었던 폴댄스를 등록하고, 헬스와 요가도 꾸준히 다니기 시작했다. 영어 회화 학원에 등록했고, 독서량을 현저히 늘렸다.


퇴사했는데 더 바빠졌다. 하루가 요가, 헬스, 폴댄스, 영어 회화, 독서로 가득 차 시간이 바쁘게 흘렀다. 난생처음 속초로 템플 스테이도 다녀오고 패밀리 비즈니스, 데이트, 약속도 해치우니 시간이 어떻게 흘렀는지 모르겠다.


그 와중에 독립 서점은 꾸준히 들렀다. 마음의 안식처인 블루도어북스를 비롯해 약속이 생기면 약속 시간보다 먼저 가 근처 서점을 둘러보았다. 퇴사하고는 독립 서점에서 진행하는 독서 모임에도 참여했다. 가보고 싶었던 독립 서점을 하나씩 도장 깨기 하며 지냈다.


문득 책방에서 일해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책의 물성을 애정하고, 서점이라는 공간을 좋아하니 그곳에서 일해보는 게 새로운 전환점이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포털을 뒤적거리며 서점원 채용 공고를 찾았으나 마땅치 않았다. 독립 서점 특성상 직원을 자주 채용할리 만무하고, 대형 서점도 기회가 많지는 않았다. 거리가 너무 멀어 포기한 적도 많았다. 겨우 공고를 찾아 서류를 넣으면 연락이 오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그렇게 탈락의 고배를 마시면서 버스를 타고 가던 중 문득 다른 생각이 들었다.


내가 차리면 되잖아?

무모하다. 웃기다. 어이없다.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데 생각을 구체화하다 보니 이보다 설렐 수 없었다. 갑자기 컨셉이 우후죽순 떠오르고 잘될 것 같다는 확신이 들기 시작했다. 그때 창밖을 보며 가졌던 반짝거리는 감정이 지금도 선명하다. 누군가와 좋아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을 좋아한다. 그 사람과 나를 둘러싼 공기가 따뜻해지며 주변이 온통 반짝이는 느낌이 들어서다. 처음 책방 창업을 떠올렸을 때 그와 비슷한 공기를 느꼈다. 버스 창밖의 초록색 풍경이 그저 아름답게만 느껴졌다. 오바 같을 수 있는데, 정말이다.


그래서 해보려고 한다. 까짓 거 인생 2막은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일 벌여보지 뭐.


이런 결정은 처음이라

결심은 했는데 무섭다. 이런 결정을 내리고 책임지는 법은 정규 교과 과정에서 배운 적이 없다.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두려움은 누구에게나 있다. 두려움을 극복하려면 밀고 나가야 한다. 머리로는 알지만 막상 닥치니 쉽지는 않다. 그래서 자주 망설여진다. 그럴 때마다 먼저 같은 길을 걸어간 분들의 책을 들추어 본다.


사적인서점을 운영하시는 정지혜 작가님의 ≪사적인 서점이지만 공공연하게≫에 이런 문장이 나온다.


“서점을 열고 싶다는 마음은 왜 이유가 안 되죠? 나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하는데요. 의미? 깊이? 그런 건 다 말만 잘하는 사람들이 변명처럼 하는 얘기예요. 생각만 해서는 알 수 없는 것들이 많아요. 저만 해도 책거리를 열고 나서 배운 게 얼마나 많다고요. 나는 지혜 씨가 하루라도 빨리 서점을 열었으면 좋겠어요.”


"성공이 보장된 완벽한 선택은 없다. 시행착오를 겪지 않거나 실패를 하지 않고 사는 방법도 없다. 그렇다면 미리 걱정하고 몸을 사리기보다 내가 가장 하고 싶은 일을 하자.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내가 받아들일 수 있는 선택을 하자. 그렇게 나는 내가 만든 가능성을 믿고 나아가는 방법을 배웠다."


생각보다 독립 서점을 창업한 분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 시중에 많다. 공통적으로 책 파는 일이 마냥 기쁘거나 즐겁지는 않다고 이야기한다. 그래도 책방을 통해 꼭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 책방 창업을 결심한 이유를 누군가에게 설득할 이유는 없다. 다행히 내 주변에서는 만류하는 분들은 없다. 결국 모든 건 내가 결정하는 것이기에 내가 가장 중요하다. 그래서 지금은 위험 요소보다는 실행할 수 있는 방법에 집중하고 있다.


지금은 부동산을 돌면서 창업을 구체화하고 있다. 책방 창업기는 앞으로 조금씩 풀어보려고 한다. 이왕 결심한 마당에 소심해지지 말자고 오늘도 다잡아 본다. 쭉 나답게 해 보자고!



+ 인스타그램으로도 소식을 전할 예정이에요. 궁금하시다면 찾아와 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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