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종종 Jul 18. 2024

인생 최초의 기억 조각

만 3세의 기억

ⓒ종종


내가 기억하는 나의 가장 처음의 기억 조각은 4살로 기억한다. 만으로 따지자면 3세였을 듯싶다. 나이를 정확하게 기억하는 이유는 나이에 관련된 대사가 나오기 때문이다. 우리 집은 부모님이 모두 맞벌이를 하셨기 때문에 나와 오빠는 이모집에 맡겨졌다.




당시는 어린이집이라는 개념이 잘 없었고 5살이 되면 유치원에 들어가는 것이 정석(?)이었다. 오빠는 8살이었을 테니 초등학교를 갔을 테고 나는 주로 이모네 집에서 놀거나 이모의 볼일을 함께 다녔다. 그날도 어김없이 은행 아니면 슈퍼마켓을 가기 위해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막 1층의 경비실을 통과할 때 즈음 같은 동에 사는 아줌마가 이모에게 안부 인사를 건넸다.




그리고 나에게 왜 유치원을 안 갔냐고 물어보셨는데 나는 이렇게 대답을 했다. “유치원은 5살부터 다니는 건데 저는 아직 4살이라 유치원에 못 가요. 그런데 내 친구 민지는 생일이 빨라서 4살인데 유치원에 다녀요.” 그 말을 듣고 아주머니와 이모는 빵 터졌다. 조그만 아이가 또박또박 대답하는 것도 귀여웠을 테고 친구의 빠른 년생을 언급하는 게 지금 내가 생각해도 좀 웃기긴 했다. (만 3살짜리가 그렇게 대답하는 것을 생각해 보시라) 아주머니와 이모는 꽤나 크게 웃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리고 그날 저녁 엄마가 나를 데리러 왔을 때 이모는 그 에피소드를 엄마에게 이야기했다. 그리고 아까보다 더 큰소리로 이모와 엄마는 한참을 웃었다. 그리고 나를 똑순이라며 칭찬해 주셨던 그 기억이 나의 최초의 기억이다. 당시에는 어른들이 나의 진지한 대답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웃는 게 너무 부끄러웠다. 그렇지만 지금 생각해 보니 내가 사랑받고 있었음을 상기시켜 주는 귀엽고 사랑스러운 기억이다.





나는 아직도 가끔씩 오래된 아파트의 풍경, 약간 더웠던 온도, 푸른 나무들, 거실의 풍경 같은 것들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그래서 아이들이 3세가 넘어가면 정말 말과 행동을 더 조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가만 보자 조카가 지금 몇 살이더라?

이전 07화 필라테스는 처음이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