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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종종 Jul 22. 2024

수영복 2개를 산 건 처음이라.

견물생심

ⓒ종종



수영을 매일 다니는 나는 언제부터인지 수영복 욕심이 생겼다. 처음 수영을 시작할 때는 뭔가 민망한 마음이 들어서 3부 길이의 수영복을 입었다. 그런데 수영복이 끝나는 허벅지 중간 부분에 볼록하게 살이 소시지처럼 튀어나와서 더 부끄러웠다. 그래서 검은색 원피스 수영복으로 바꿨는데 큰 돈 주고 싶지 않아서 2만 원대의 수영복을 샀던 것으로 기억한다. 



계속해서 수영을 다니다 보니 백화점에 있는 수영복 브랜드 ‘배럴’ 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고 한번 시착을 해봤다. 처음 입어본 수영 전문 브랜드의 수영복은 소위 말하는 '탄탄이' 같은 재질이었는데 굉장히 타이트하게 느껴졌다. 스몰 사이즈가 너무 조여서 미디움 사이즈를 입었더니 별반 다르지 않았고 라지 사이즈를 입으니 그나마 숨통이 트였다. 그래서 라지 사이즈를 구입하려 했더니 직원분이 한사코 말리며 스몰 사이즈를 권했다.



분명 늘어날 것이고 물속에서는 수영복이 덜 조인다며 강력하게 주장하시는 모습에 나는 스몰 사이즈를 구입했다. 그런데 정말 신기하게도 그 직원분의 말처럼 사용할수록 사이즈가 늘어나는 것이다. 실제로 시간이 흐르고 수영복이 헐렁해져서 수영복과 몸 사이에 물이 들어올 만큼이나 사이즈가 커졌다. 이 수영복은 정말 바느질이 뜯어질 때까지 입었다.



다음 수영복을 고민할 때 쯤 화려한 수영복이 눈에 들어왔다. 초보자 때 도대체 저런 건 누가 입나 싶었던 수영복을 내가 구매하고 있었다. 점점 수영복에 빠져들면서 파란색은 없으니 파란색을 사보자며 또 구입하고 주황색 빨간색 … 수영복이 점차 늘어났다.



그리고 수영에 대한 마음이 약간은 시들해진 요즘 수영복 구매도 자연스럽게 줄어들었다. 새로 나온 화려한 수영복을 보아도 좀처럼 사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다. 필라테스에 빠져버린 요즘 오히려 사고 싶은 것은 수영복이 아니라 운동복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수영 친구가 집 근처에 있는 쇼핑몰에 수영복 팝업 스토어가 생겼다고 하는 것이 아닌가. 평소 오프라인 매장이 없고 세일도 거의 하지 않는 브랜드였다. 시착도 되고 할인까지 한다니 가서 보고싶은 마음을 누르기가 어려웠다. 저녁을 먹고 남편과 산책을 핑계로 매장을 방문했다.



견물생심이라 했던가. 화면에서만 얼핏 보았던 형형색색의 수영복을 보자 이것도 저것도 모두 가지고 싶어졌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부자가 아니니 마음을 꾹 누르고 3가지 정도만 시착을 해봤다. 그리고 결과는? 제목처럼 2개를 구매하고 말았다.



변명은 하지 않겠다. 요즘 수영에 대해 시들해진 나의 마음을 잘 달래주어 열심히 수영을 다니겠다는 포부만 살포시 말해본다. 찬바람 불 때까지 절대 수영복은 사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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