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도 손맛이 생긴 걸까
결혼을 한지 어느덧 4년 차, 나름 집에서 밥을 많이 해먹기 위해 노력을 하는 중이다. 처음에는 국 하나 끓이는 것도 이게 맞는지 요리하는 동안 계속해서 확인을 했었고 반찬 몇 개와 국을 끓이는데 거의 두 시간 가까이 걸렸던 것 같다. 그렇다고 남편이 요리를 하지 않는 건 아니다. 우리 집 카레 담당은 남편이고 때때로 제법 화려한 요리를 내놓는다. 신혼 초반까지는 자취경력이 있는 남편의 요리 실력이 나보다 훨씬 좋았다. 어쨌든 대부분은 내가 식사 준비를 담당하기 때문에 지금 내 요리 실력은 그래도 그럴듯한 한 끼 식사 정도는 해결할 수 있을 정도로 향상이 되었다. 심지어 얼마 전에는 깍두기를 담가 보기도 했다.
지난주에는 냉장고에 오랫동안 머물고 있는 가지가 맘에 걸려서 무슨 요리를 할지 고민이었는데 남편이 가지 덮밥은 어떠냐며 제안을 했다. 가지 덮밥은 전에도 해본 적이 있는데 그때도 역시 블로그를 보면서 열심히 따라 했고 제법 괜찮은 맛이었다.
레시피를 찾는 것도, 계속 확인하는 것도, 그대로 따라 하는 것도 모두 꽤나 에너지가 드는 일이다. 귀찮아서 망해도 그냥 먹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요리를 시작했다. 일단 가지를 기름 없이 조금 볶다가 살짝 숨이 죽으면 기름을 조금 두르고 볶아준다. 그리고 소스를 만든 뒤 같이 볶아 주면 된다. 소스는 간장, 고춧가루, 마늘, 굴 소스, 설탕을 대충 툭툭 넣어서 섞어줬다. 이 과정에서 나는 스스로에게 깜짝 놀랐다. ‘나 감으로 요리하고 있잖아?’
무언가 맛있어서 엄마나 이모에게 레시피를 물어볼 때면 "그냥 간장 조금 고춧가루 쬐~끔, 설탕 살짝!" 이런 식으로 대답할 때가 있지 않은가? "대체 그게 용량으로 따지면 뭔데!" 하면서 답답할 때 가 있었다. 그런데 내가 그런 경지에 오른 순간이 오다니! 너무 신기했다. 그리고 동시에 뿌듯함을 느꼈다. 내 요리 실력이 꽤나 성장했구나! 내게도 이제 손맛이라는 것이 생기는 걸까?
그렇게 만든 가지 제법 덮밥은 맛있었다. 하지만 한 가지 오류는 똑같은 맛을 다음에도 낼 자신은 없다는 사실이다. 하하. 아직은 수련이 더 필요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