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킨라빈스에서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었다. 조카와 함께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었던 까닭에 핸드폰을 하지 못하고 밖을 쳐다보고 있었다. 창밖으로는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과 그 옆에 평범한 가로수 하나가 보였다.
그런데 가로수를 위아래로 부지런히 왔다 갔다 하는 까치 두 마리가 보였다. 심지어 두 마리 모두 나뭇가지를 입에 물고 계속 움직임을 반복했다. 가지를 입에 물고 가는 새를 지나가다 어렴풋하게 본 적은 있지만 이렇게 안에서 밖으로 본격적인 관찰을 해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아이스크림 가게의 쾌적함 덕분에 세밀하게 까치를 관찰할 수 있었다. 바닥에는 꽤 여러 가지 나뭇가지가 있었는데 까치는 아무 가지나 집어가지 않았다. 내가 보기엔 집을 짓기에 나쁘지 않은 가지였는데 물었다 놨다 한참을 고민하다 그대로 땅에 두기도 했다.
그리고 마침내 마음에 드는 가지를 부리로 집어내면 힘차게 나무 위로 날아올랐다. 하지만 가지를 물고 올라가는 과정도 쉬워 보이지 않았다. 제법 큰 가지를 물고 가서 그런지 몸이 휘청휘청했다. 목표 지점으로 추정되는 곳에는 엉성하게 나뭇가지 두어 개 정도가 아슬아슬하게 걸쳐 있었다.
관찰 중에 가장 재밌었던 점은 까치가 일부러 나뭇가지를 밀어서 떨어뜨리는 것 같다는 사실이다. 처음에는 실수로 떨어뜨리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닌 것 같았다. 일부러 떨어뜨리고 다시 같은 나무를 줍는 것을 반복했다. 내구성 테스트를 하는 걸까? 사람도 집을 지을 때 기초 공사가 중요하듯이 까치도 기초 공사가 중요해서 자연 속에서 튼튼한 재료를 골라내기 위해서 나름의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계속 떨어뜨리는 것이 그냥 실수라면 정말 안쓰러운 모습이었다.)
까치 부부 두 마리는 어려 보였고 너무 어설픈 모습이 분명 처음으로 집을 짓는 듯한 모습이었는데 나도 모르게 응원을 하게 되었다. 아이스크림을 다 먹고 조금 관찰을 하다 마냥 계속 있을 수는 없기에 일단 집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다음날 반대편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면서 까치가 집을 얼마나 지었나 궁금해 그 나무를 바라봤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어제와 별로 다르지 않은 상태였다. 까치는 집을 사는데 돈 안 들어서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까치한테 집을 짓는 일도 굉장히 어려운 일이었구나!
그리고 그곳을 지나칠 때마다 계속해서 그 나무를 확인했고 다행히 조금씩 집의 형태가 갖추어졌다. 거의 집을 다 지었을 땐 내가 다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 우연한 기회에 까치가 집을 짓는 시작점을 보게 되고 어쩌다 보니 완성되는 과정까지 보게 되었다.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응원하는 마음도 피어났다. 젊은 까치부부 성공했구나! 건강하게 잘 살아라!
이야기를 하나 덧붙이자면 부스스하고 제멋대로 뻗친 머리를 보고 까치집 지었다고 하는 표현이 좀 미안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까치는 노력해서 집을 짓고 보수하는데 까치집 지었다는 인간의 머리는 대부분 관리 안한 제멋대로의 머리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