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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중지추 Apr 19. 2024

일상을 사는 것이 행복이다

가끔 사무실에서 일을 하다가 고개를 들고 사람들이 일하는 모습을 볼 때가 있다. 그들은 지금 어떤 감정으로 어떤 생각을 하면서 일을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나의 경우 출근하기 전에 있었던 아이와의 대화가 생각나기도 하고, 가족들은 지금 뭘하고 있을까 궁금해하기도 한다. 


며칠전에 있었던 여러 감정들을 반추하기도 하고 이 일의 끝이 어떻게 될까하는 상상도 한다. 그런 모든 생각들이 동시에 나의 머리 안에서 왔다 갔다 춤을 춘다. 하지만 그런 생각이나 감정들이 내가 일에 몰두하는 것을 방해하지는 않는다. 자연스럽게 눈 앞의 문서를 읽다가 여러 감정과 기억들과 잠시 잠깐 접속했다 떨어졌다하면서 일을 이어나가게 된다. 


편안한 일상이다. 편안하다는 것은 아무일도 없다는 뜻이 아니라 지금 생긴 일들, 과거의 일들로 인해 내가 흔들리지 않다는 뜻이다. 나에게 영향을 주는 일들이 전혀 없는 상태라서 내가 행복하고 편안한 것이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일들에 좌우되지 않는 감정의 추를 가졌다는 뜻이라고 생각한다. 


지금보다 젊고 어렸을 때를 생각해본다. 작은 일에도, 작은 상황의 변화에도 감정이 흔들리고 거기에 매몰되어서 다른 생각을 못하고 살았던 때가 많다. 하나의 문제가 해결될 때가지 집요하게 파고들어서 끝장을 봐야 한다고 생각했다. 눈 앞의 문제가 있는데도 편히 잠을 자거나 편히 쉬는 것이 스스로라 용납이 되지 않았던 것 같다. 


사실 내 마음 상태를 들여다 보면 마냥 편안한 것은 아니다. 뭐라고 말할 수 없는 모호한 상태가 되기도 하고, 때로는 우울하고 불안하고, 걱정스런 일이 눈 앞에 딱 버티고 있는 느낌도 있다. 눈앞의 일을 처리하면서 담담하기도 하고 막막하기도 하고 또는 아무 감정없이 일을 처리하기도 한다. 때로 피곤해서 쉬고 싶은 마음만 가득할 때도 있다. 


그런데 나이가 들고 경험이 많아지면서 알게 된 게 있다.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해결되는 것이 많아진다는 것을 말이다. 지금 당장 내가 해결하지 않아도 시간이 지나면 다른 사람이 해결해주기도 하고, 생각 자체가 변하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된것이다. 그래서 머릿 속에 여러 가지 생각이 들어왔다 나갔다 하는 상황에서도 평정심을 잃지 않고 문서를 읽고 정리하는 것이 가능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행복이란 딱 이정도의 상태가 유지되는 상황인것 같다. 대단한 기쁨이나 즐거움이 아니더라도 일상의 힘을 유지할 수 있는 감정상태 말이다. 앞으로도 그런 감정 상태를 유지할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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