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셀이 쓴 책이다. 수학자라고 하던데 철학 분야에도 조예가 깊고 천재적이다. 이 방대한 자료를 어떻게 정리했는지 놀랍다. 동양 철학의 영향을 받은 후, 동양 철학을 제외한 서양철학사라고 제목을 붙인 대목에서 동양 철학의 존재를 간접적으로 인정했다고 한다.
철학 책이지만 노벨 문학상을 받았다. 철학책이지만 문학적 가치가 있을 정도로 러셀의 생각과 문체가 독보적인것 같다. 철학책에도 문학적 가치를 부여하고 노벨상을 수여했다는 점에서 단지 과거의 철학을 베낀 것이 아니라 러셀이 자신의 사유와 러셀의 문체 그리고 자신만의 독창적인 문장으로 글을 썼다는 것을 알 수 있다.
1000페이가 넘은 이 책의 작은 부분을 읽는 동안에도 이해가 안가서 끙끙거리며 읽었다. 하지만 온갖 철학자들을 현란하게 넘나들며 막힘없이 풀어가는 논리가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15명의 사람들이 나누어 러셀의 서양 철학사를 읽었다. 각자 발제한 부분을 정리하며 세 시간에 걸쳐 내용을 듣고 썼다. 참여자들의 발표를 다 듣고 나니 진이 빠졌다. 그만큼 집중했다는 이야기다. 누가 옆에서 봤다면 머리에서 김이 폴폴나는 것을 봤을 지도 모르겠다. 행복한 시간이었다.
철학책은 사실 실용서라거나 자기계발서는 아니다. 하지만 결국은 인간의 삶을 이야기하고 있고 세계에 대해 이야기 한다. 당장의 쓸모는 없어보이지만 모든 책의 근본은 철학에서 시작하는게 아닌가 싶다. 어렵지만 피하고 싶지 않고, 쓸모가 없어보이지만 버릴 수 없는 책이 철학책인 것 같다. 가까이 하기엔 너무 멀고 멀리 두기엔 너무 가까이 있는 책이 또 철학책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