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장 그 시절의 종갓집 시집살이
우리 친정에서는 ‘출가외인’(시집간 딸은 남이나 다름없다는 뜻)이라 해갖고 딸들은 멀리 시집을 보내. 근데 여그 시댁은 시할아버지, 시할머니, 시아버지, 시어머니, 시누들 너이에, 시고모들 다섯이… 다들 한 동네서 사는 거야.
여그 마당가에 고모 열 식구, 작은 집 마당가에 열 식구… 전체 하면 한 4~50명 정도 돼. 제사 지으면 온 식구가 싹 왔어. 근께 시골집도 큰 편인데, 방으로 한나고(가득하고) 마당에서 덕석(멍석) 몇 개를 펴야 밥을 먹을 정도야.
명절 세제(쇠지), 가족들 생일 세제, 시누들 여우제, 초상 치르지, 삼년상 제사 지내지…
평소에는 한 끼 먹는 데도 상이 세 개에, 밥그릇이 열 개나 됐어. 애기들 셋 딸리고 시조부모, 시부모 모시고 여덟 식구 4대가 한 집에서 산 거지. 그란디 시어머니가 부엌에 나 혼자 딱 밀어 넣어놓고 맡겨 불드랑께.
밥상을 시할아버지 밥상, 시아버지 밥상, 우리 밥상 세 개를 놨어. 근께 꼭 밥 한 건이면 상을 세 번씩 갖다 놔야 됐제. 할아버지 방은 큰 방 걸쳐서 마루 걸쳐서 저 안 짝에 있어. 거까지 갖고 댕겨야 되는데, 밥상 그 무거운 거를 누가 한나(하나) 대신 갖다 준 사람 없어. 가족 누구도 안 도와줘.
나는 애기 보듬고 젖 맥여감서 밥 먹고, 또 중간에 어른들 밥 다 드시면 애기 나둬불고 물 갖다 드리고… 근께 차분허니 앉거서 밥 먹어 본 일이 없어. 내가 안 하면 다들 손 놓고 있고…… .
너 혹시 조석상식(상가에서, 죽은 사람의 혼백이나 신주를 놓은 상에 아침과 저녁에 차리는 음식, 또는 그런 의식)이라는 말 들어봤니? 집에 영위(靈位)라고 신을 모시는 자리가 있어. 거기에다 매일 아침·저녁으로 사진 놓고 식사를 차려놓는 거야. 3년간을 그렇게 했어. 평상시엔 우리 먹던 대로 놓고, 초하루(매달 첫째 날)랑 보름에는 색다른 반찬 해서 놓고. 조기도 굽고, 고깃국도 끓이고, 과일도 놓고….
그래도 제사상을 일사천리로 차려내니까 그 뒤로 누구 한 명 아무 소리도 안 해. 근께 그때부터 내 몫이 딱 되아부렀지.
또 시어머니는 바느질하는 것을 잘 몰라. 근데 눈치 보여갖고 내가 알고 있어도 아는 척하기 그랬어. 그런디 시어머니가 바느질할 것이 있었던지 동서를 데리고 올라고 한 거야. 거기서 내가 가만히 손 놓고 있을 수는 없제. 그래서 “어머니, 데리러 가지 마세요. 제가 할라요” 그랬제. 그러코 내가 이 집안을 하나둘씩 이겨나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