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사 문장으로 나 들여다보기> 7.
하지만 내가 정말로 하고 싶은 건 자살하는 거였다. 창문 밖으로 뛰어내리고 싶었다. 내가 땅에 떨어지는 즉시 누가 나를 덮어 줄 거라는 확신만 있었다면 아마 그랬을 거다. 내가 완전 피투성이일 때 멍청한 인간들 무리가 목을 길게 빼고 나를 구경하는 건 원치 않았다.
<호밀밭의 파수꾼> 중에서, p.161
50대, 부모, 교사로 보는 홀든의 방황, 생각, 행동은 모두가 이해가 된다.
청소년기 방황의 정도가 달랐고, 혼란의 이유가 달랐을지 몰라도 그러한 시기를 겪었고,
그런 시기의 자녀들을 키워본 사람으로서 보는 홀든의 행동은 그저 지켜봐야한다는 생각에 이른다.
부모랍시고 어떤 조언을 하려고 하면 그것은 더 빗나갈 것이고,
공감하며 이해한다고 하면, 뭘 아느냐며 오히려 화를 낼 지도 모른다.
그 시기는 그럴 것이다.
누군가의 조언은 짜증이 나고 꼰대 같은 소리로 들리고,
공감한다고 하지만 그건 가식으로 보일 것이고...
사춘기를 크게 겪지 않고 청소년기를 보내서, 누군가의 말이 모두 거슬리게 들린다거나 그랬던 적은 없었던 것 같기는 하지만, 우리 아이들이 자라면서 우리의 섣부른 공감에 아니라고 대답했던 기억, 자신도 모르는 마음을 엄마, 아빠가 어떻게 알겠냐고 반항하던 아이들...그 시기의 아이들에게 섣부른 조언이나 공감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안다.
그래서 홀든에게는 그냥 힘들 때 옆에 와서 아무말 하지 않고 옆에만 있어주는,
그래도 내 편 하나 있다는 생각이 들 수 있는 그런 사람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그게 가족이길 바라는 마음은 홀든의 모든 말과 행동에서 드러난다.
하지만, 홀든은 힘들다고 말할 용기도 없다.
그도 그럴 수밖에...그 용기를 만들어주는 것 또한 가족이거나 주변 환경이니...
나는 힘들다고 말할 수 있는 용기가 있었을까?
홀든처럼은 아니지만 나도 용기가 있진 않았던 것 같다.
겉으로 아무렇지 않아 보이는 것에 온 힘을 쏟으며 살았다.
그냥 뭐든 알아서 하고 잘하는 아이로 불리며 살았고,
그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힘들 때는 힘들다고 말하지 못했다.
그렇다고 그걸 잘 이겨내지도 못했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나는 다른 방법으로 나의 힘듦을 표현하며 살았던 것 같다.
다행히 엄마는 그것을 알아차려서 충분히 믿고 기다려준 걸 택한 것 같다.
힘들다고 말하지 못하는 이유는 아주 많겠지만,
우리에게는 엄마의 고생에 우리의 걱정을 끼쳐서는 안된다는 것이 가장 컸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렇게 가린다고 가려진 게 아니었는데,
그 시기에는 오직 나의 나이만큼만 주변이 보였던 것 같다.
나의 눈을 가리면 주변에서도 나를 못본다고 생각하는 어린 아이처럼,
각 시기마다 그만큼의 시야가 있는 것 같다.
엄마가 나를 보면서 이미 눈치 챈 것들이 지금 나도 우리 아이들을 볼 때는 보인다는 것을...
엄마에게 배운 것 중 하나는 그것을 아는 체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아마도 내가 우리 아이들을 믿고 기다릴 수 있는 것이 엄마에게 받은 것 중에 하나가 아닐까 싶다.
다만 나는 조금 아는 체를 하려다가 아차...하면서 이게 아니지 하고 물러선다는 것...
그렇게 표현을 하면서
'엄마가 옆에 있어. 완전히는 아니지만 이해하고 공감하려고 노력은 하고 있어.
그러니 해보다가 힘들면 엄마나, 아빠를 찾아...'라고 은근슬쩍 알려주려고.
흘러가는 소리로도,
때로는 편지로도,
그렇게 우리가 옆에 있다고 항상 표현을 해주려고 노력을 하면서 기다린다.
내가 겪은 그 시절에 엄마에게 그게 조금 아쉬움으로 남아 있어서 그런 것 같다.
엄마의 기다림을 나중에서야 알아차렸기 때문에,
우리 엄마가 조금만 표현을 해줬으면 나도 엄마 마음을 더 빨리 눈치 챘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든다.
홀든의 방황, 외침이 많이 안타깝기도 하지만
스스로 많은 생각을 하고, 자신에게 이야기를 하면서 사는 홀든은,
이 시기가 지나고 어떤 성장이 있을거란 걸 알기에 그다지 크게 걱정이 되지는 않는다.
방황을 하고 어떻게 저런 행동을 할 수 있을까라고 생각하게끔 하는 청소년들 중에서도
자신의 행동이 어디에서 기인한 것이고, 왜 이렇게 하는지 곱씹어보고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는 아이들과
그렇지 않은 아이들의 이후의 모습은 엄청난 차이를 보인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
다만 그 아픔이 자신을 이렇게까지 다그치고,
원망이 자신을 죽이는 일에 이르지 않을 수 있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를 고민하게 되는 시간이다.
'누가 나를 덮어줄 거라는 확신만 있었다면 아마 그랬을 것이다'라는 말이
한편으론 안도의 숨을 쉬게하지만 한편으로 너무 아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