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녀왔으면 써야 한다, 까먹기 전에.
블루노트 재즈 클럽 33일간 66개 공연의 강행군 "Robtober". 그 시작, 10월 2일 Robert Glasper의 original acoustic trio 공연을 다녀왔다. 저녁 7시쯤 가서 바 자리에 앉았다. 도착해서 버드 라이트 한 병 비우고, 공연 시작 직전에 진 토닉을 시켜뒀다.
8시 15분인가 20분쯤, 로버트 글라스퍼가 깜장 후드티를 입고 내려왔다. 바 자리는 약간 추웠는데 무대는 조명 때문에 더웠나부다. 덥다고 후드를 벗자, 블루노트에선 즉시 조명을 낮춰줬다. 블루노트는 작아서 좋다.
DJ: Jahi Sundance
베이스: Vicente Archer
드럼: Damion Reid
피아노: Robert Glasper
로버트 글라스퍼는 익살이 어지간하다. 오프닝 멘트가 대강 이랬다: "와 줘서 감사합니다. 여러분이 공연을 즐겼으면 좋겠군요. 아니라면 뭐... 어쩌겠어요. 당신들 돈은 이미 저희 거예요." 그러곤 냅다 다음과 같은 라인을 후려버린다(...)
솔직히 이 비디오를 올려도 되는지 모르겠다. 블루노트에선 지금 라이브 참석을 유도하기 위해 공연 영상을 최대한 올리지 않고 있다고 하니 영 찜찜하긴 한데, 인스타에 Blue Note New York을 Place로 태그한 사람들이 이미 영상을 꽤 찍어 올렸다(...) 홍보가 되면 괜찮은가...? 그럼 14초짜리 짤막한 거 하나만 더 올려보자:
아무튼 현장감을 전하기에 모자란 필력과 음악력을, 요걸로 때울 수 있었으면. 인상이라면 한 마디로 "혼란스러웠다". 분명히 구성은 어쿠스틱 트리온데, 이 앨범 저 앨범에서 막 떼와서 쓰는 바람에, 일차적으로 음알못인 본인이 뭐가 무슨 곡인지 알기가 힘들었다. 그리고 감상은 와...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너무 너무 좋았다.
표현하기 힘들면 기억나는 대로 늘어놓으면 된다. 시작은 몽크 틱했는데, 어물쩡 어물쩡 전개가 되다가 정신을 차려보니 너무나 세련된 도시적인 사운드로 우르르쾅쾅(...)하고 있었다. 그러던 것이 세련된 엇박의 드럼 솔로가 들어와 갑자기 드라이해졌는데, 그걸 위의 클립에 나오는 피아노 솔로 세션으로 받았다. 그러고 나선 믹싱이 들어와서 달콤쌉싸름해졌고(...) "스무스"한 그 흐름을 로버트 글라스퍼가 촉촉한 보컬로 받아 Smells Like Teen Spirit까지 함 불러주시고, 이어서 베이스 솔로가 들어왔는데 와... 그게 정말 조용하고 모던했다. 트리오는 그걸 또 미니멀하고 조용하게 받았는데, 정신 차려보니 "패셔네이트"한 멜로디로 이어가면서 차근차근 리듬을 쌓아 우르르쾅쾅(...)하고 있었다. 박수 함 받고 나니 다시 DJ가 껴들어오면서 은근슬쩍 모던하고 experiment하게 가다가, 로버트 글라스퍼가 솔로를 함 더 한다. "와 코드 뭐야? 계속 가?"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얼마 안 가서 "와 리듬 뭐야? 계속 가?"라고 자문하고 있었다(...) 그러면 다시 DJ가 껴들어오면서 순식간에 감성적으로 돌아서고, 로버트 글라스퍼가 또 촉촉한 보컬로 받는다. 마무리는 Stella by Starlight으로 했던 것 같다. 솔직히 너무 오락가락해서 순서가 이게 맞는지도 모르겠다. 곡 구분도 사실상 없다시피 했고...
아무튼 유사한 영상으로 아래 Stella by Starlight과 Smells Like Teen Spirit을 첨부한다 (혹시 공연 가셨던 분들 중 음잘알 계시면 무슨 곡이었는지, 어떤 순서였는지 제보 부탁드립니다).
https://youtu.be/I-VY-zs2eiY?t=132
https://youtu.be/hZejfW7LPlA?t=43
분한 소식이 있다. 하루 뒤 10/3에는 크리스 록과 데이브 샤펠이 오프닝에 난입해서 인트로를 했다고 한다. 사실 그건 괜찮다. 분한 것은, 탈립 콸리도 깜짝 출연을 했었다는 것. 아깝기 짝이 없지만 나는 10/2 오리지널 트리오의 공연을 진하게 들었으니 괜찮다고 스스로를 속여본다.
좀 찾아보니 미 동부시간으로 10/8, 10/29 저녁 8시 이벤트는 라이브 스트리밍을 하는 것 같다. 표는 각 16불, 공연 2개 합쳐 26불에 사야 하지만, 멀리 계신 로버트 글라스퍼 팬 여러분도 들으실 수 있을... 하긴, 팬이면 이미 아시겠구나. 아무튼 공연은 각각 Electric Trio와 Dinner Party라고 한다.
https://twitter.com/on_air_events/status/1434946690818232330?s=20
솔직히 필자도 뉴욕 다녀오면 기차표만 20불 넘기 때문에 별 일 없으면 아마 집에서 맥주 까놓고 보지 않을까 싶다. 그럼 온라인에서 만나요, 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