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변, 비가 온 겨울에
폭신폭신한 도락을 나는 걸었지
발치에 젖은 흙을 묻혀 옮기며
오늘, 갑자기, 아무런 이유도 없이
강물은 다다른 하늘
그래서 반듯한 회색 물길은,
잔주름들 움찔거리다
금방이라도 터쳐 울 듯한 지금,
퐁, 하고 튀는
물, 아니, 국소의 울음이 들린다
너도 옮기고 있었구나
우리의 도락을, 너도 나도
떠밀려 흐른다면 그런 거겠지
됐으니, 우리는 해안엘 가자
흙발로, 너도 나도 순순,
우리의 쓸모에 순순,
잔주름 찰랑이며 순순,
젖은 흙도 묻혀가며 순순하게
그렇게 해안엘 오랫동안 가서,
겨울비가 다 멎도록 지리하게 가서,
아무 짐을 다 풀러놓고
흙발은 제법 씻기고
우리의 물살도 다 잊히고 없으면
온통 퍼런 날이 오리라
백사장이 오리라, 뜨거운 발바닥으로
눈이 부실 도락이 우리들,
지금의 어깨 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