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값어치

by 김간목

요즘 살 빼겠다고 아침에 오트밀을 먹는다. 그리고 가뭄 때문에 귀리 값이 오른단 뉴스를 봤다. 올 겨울은 유난히 추우리라 한다. 천연가스랑 면 가격이 미친 듯이 오른다.


물건값 오르는 게 오롯이 천재지변 때문은 아니겠지. 판데믹 동안 멈췄었던 우리 행성. 그걸 이영차 도로 굴려가자니 자본주의 오토마타의 여기저기가 삐거덕거릴 수 밖에.


요즘엔 다들 기술 발전이 세계를 구할 거라 믿는 것 같다. 기후 변화는 태양광, 전기차로 카운터 치고. 인플레는 인건비 절감으로 카운터 치고, 해피 엔딩 이즈 마인 룰루랄라.


태양광을 쓰지 못하는 사람들, 전기차 크레딧이 무용한 사람들, 인건비 절감이 가계 소득 저하로 이어지는 사람들. 기후 변화로 가장 고통 받는 사람들. 인플레로 가장 고통 받는 사람들. 모두 같은 사람들. 자본주의 톱니바퀴에 낑긴 사람들.


올 초, 인플레라면 모두가 고개를 갸웃거리던 때, 무조건 온다며 호언장담을 하던 사람 하나. 인구 대다수를 차지하는 중/저소득계층이 낙후된 시스템을 살고 있다는 게 그의 논지였다.


무서운 일이다. 작년-올해, 갖은 프리미엄 제품들은 활황이라는 게. 오늘 트윗을 하나 봤다. 89년 소련에서 몇 달간 줄을 서 가구를 샀던 어머니를, 그 집 딸이 회상하고 있었다. 2021년 미국, 가구가 다 팔리고 없어 살 수가 없다고, 앞으로 3-6달은 가구 비슷한 것도 보기 힘들 거라고. 목재 값도 많이 올랐다.


요즘 마트엔 오트 밀크, 오트 아이스크림도 자주 보인다. 귀리 값 올라가면 쟤들도 가격 올리겠지. 그래도 잘 팔리겠지. 대학교 학비처럼, 많이 올라도 살 사람은 사는 거겠지. 하나는 인플레 통계에 잡히고, 다른 하나는 잡히지 않고. 하나는 우리 고통의 총합에 잡히지 않고, 다른 하나는 잡히고.


통계에 잡히지 않는 사람들과, 그들 값어치를 지나치듯 생각하며, 가뭄도 혹시 기후 변화 때문이었을까, 그런 생각을 했다. 나는 요즘 의심이 많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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