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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J 트랜짓

by 김간목

낡은 기차가 더는 삐걱대지도 않는 철로, 흐린 가을 하늘을 창백한 해가 들락거린다. 더러운 창이 지나치는 시계열. 여름내 무성해진 잎들이 힘에 부치는 나무들과, 산발하여 고개를 처드는 단풍, 제철 만나 쏟아내듯 피우는 하얀 들꽃, 자갈길, 흙길, 나무 전봇대, 세월에 몸을 맞춰가는 철책, 녹이 슨 것들, 좀처럼 녹이 슬지 않는 것들, 아무것도 아닌 것들.


사람 사는 마을에 기차는 서고, 탈 사람은 타고, 내릴 사람은 내리고, 나는 마을을 훔쳐보고, 모르는 사이, 탈 사람 다 타고, 내릴 사람은 다 내리고, 문 닫히고, 나는 갇히고, 녹이 슨 철로를 손톱을 세워 긁으며, 마음에 실오라기 하나 없이, 기차는 다시 간다.


낡은 기차가 다시 삐걱대지도 않는 철로, 흐린 가을, 더러운 창, 나무, 단풍, 들꽃, 자갈, 흙, 전봇대, 그리고 철책 등의 시계열. 녹이 슨 마음과 좀체 녹 슬지 않는 마음을 엉클어, 한정 없이 지나치매 나는 조금 덜컹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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