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지 않은 소식이 아침에 오면 하루를 날려먹게 된다. 그것이 만약 뒤통수를 쎄게 때리는 정도로 예상치 못한 일이며, 그 원인을 알 수 없으면서 좀처럼 없는, 드문 일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인터뷰의 마지막 라운드에까지 가면, 보통은 이전 직장 동료들의 평가를 확인하고 난 뒤, 큰 이상이 없거나 좋은 평가가 나왔다면 높은 확률로 오퍼가 나오게 마련이다. 지난 월요일 인터뷰 최종 라운드를 마친 후, 오늘 아침엔 그러나 이전 직장 동료들의 평가를 확인할 필요도 없다는 듯이 더는 인터뷰를 진행하지 않겠다는 연락이 왔다.
당사에서 일하고 있는 내 친구 A도 나도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심지어 최종 라운드에서 인터뷰 질문들에 대한 나의 대답을 듣고 난 뒤엔, A는 자기는 인터뷰 봤을 때 그 정도 질문들에는 대답을 전혀 못 했다고, 자기보다 훨씬 잘 했으니 이제 이전 직장 동료들이 욕만 안 하면 괜찮을 거라고 확신에 차 있던 참이었다.
짐짓 붙었다고 설레발을 떨고 싶었지만 꾹 참았다. 인터뷰 후엔 좋은 느낌이 있었고, 그래서 취직하게 된다면 필요할 것들을 공부하기 시작했었다. 그러면서 이전 직장 동료들에게 이제 추천을 부탁하려고 마음의 준비를 하던 차에, 자고 일어나니 전혀 예상치 못한 결과가 날아들었다. 솔직히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오죽했으면, 메일을 보낸 담당자가 바뀌었기 때문에 착오라고까지 믿고 싶었다.
그리하여 오후부터 낮술을 까놓고 내 사정을 아는 몇몇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청했으나, 바쁜 일과 중에 관심 있게 들어주는 이는 적었다. 물론 그런다고 내 마음이 후련해질 것은 아니었으나, 그래도 하늘이 깜깜하고 뱃속에 무쇠 덩어리가 들어앉은 것 같아, 왜 떨어졌는가 복기하는 것 외엔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았다. 머릿속을 비우기 위해 무언가 시간때우기를 해보려 해도, 머릿속엔 지난 월요일의 인터뷰 질의응답만이 빙빙 돌 뿐이었다.
기술적인 질문이 아니었다면, 내 이전 직장에 대한 질의응답 중에 무언가 그들 귀에 거슬리는 것이 분명 있었을 텐데, 그게 대체 무엇이었을까. 어쩌면 현 직장에서 좋지 않은 퍼포먼스를 보인 데에 대한 설명이 부족했거나 스스로를 변호하려는 것처럼 보였던 걸까.
도저히 감이 잡히질 않는다. 그래서 더더욱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하필이면 나와 출신 배경이 비슷한 사람들에게 오퍼가 비교적 잘 나오는 편인 곳이라서 더더욱 한탄스럽다. 인터뷰 마지막 라운드까지 가서, 기술적인 질문들에 전부 대답 잘 해놓고 하찮은 말실수로 오퍼를 못 받다니. 그래서 오후 4시부터, 벌써 맥주는 3병 째 마시고 있다.
마침 내일 저녁에 선배 한 명을 만나기로 한 참이다. 그러니 아마 내일도 맥주를 마실 것이다. 그러나 나는 오늘 얘기할 사람이 필요하다. 인터뷰 중 나의 질의응답을 자세히 듣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게 짚어줄 사람이면 좋겠다. 그게 아니라면 그저 들어주기만 할 사람이라도 좋은데, 나름 친하다고 자부하는 단톡방에 영상통화라도 하자고 이야기를 꺼내니 하나는 한국에, 하나는 아이 키우느라 힘들다고 한다.
무언가 끈이 툭 하고 떨어진 느낌이다. 꾸역꾸역 이어 온 그 어떤 끈 하나가, 이럴 줄 몰랐냐는 식으로 툭 하고 떨어진다. 타 사 인터뷰 문제들을 봐도 이제는 내가 다 아는 문제들이다. 내가 준비한다고 뭐가 되는 건가, 이번 실수가 다음 인터뷰에서도 나도 모르는 사이에 또 반복되면서 그저 아무것도 되지 않는 게 아닐까.
해가 지기 전, 구름 낀 창 밖에 노을이 흘러가듯 예쁘고, 방 안 컴퓨터 책상 위에는 형광등이 눈부시다. 시야가 좁다. 컴퓨터 모니터에서 눈을 떼고 옆이라도 보게 되면 나는 오늘 아득히 겁에 질릴 것만 같아서 불안감을 달래려 또 다시 인터뷰 준비를 한다. 나는 오늘 잘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