찹쌀떡

by 김간목

대학원 원서를 넣고 기다리던 때의 일이다. 그리고 요즘의 일이다. 하루에 찹쌀떡을 하나씩 집어먹는다. 기다림에도, 찹쌀떡 안에도 기원의 의미가 담겨 있다. 덕분에 살집이 우리 시대 우주공간처럼 가속팽창하고 있다.


대학원 졸업 시점, 그리고 올해 구직활동을 시작하던 때엔 찹쌀떡을 챙겨먹지 않았고, 결과들은 좋지 않았다. 반면 대학원 원서를 넣고 기다리던 때, 그리고 요 몇 주 간에는 기대도 않던 행운들이 이어지고 있다. 물론 결정적인 낭보는 아직 없지만, 끊어질 듯 이어지는 우연들을 공교롭다, 공교롭다 곱씹으며 상한 빈정을 애써 달래는 참이라 해두자.


과연 찹쌀떡을 하루 하나씩 챙겨먹을 정도로 간절하면 기어이 운이 따르고 마는 것일까, 아니면 찹쌀떡을 챙겨먹을 여유도 없는 때엔 굴러들어온 복도 쉽게 걷어차버리게 되는 양일까. 알아보는 방법이란 너무나 간단하지만, 그럴 용기는 없다. 그래서 나는 아마 내일도 운명처럼 찹쌀떡을 먹을 것이다.


그리고 대학원 재학 중의 일들이다. 파스타를 끓이면 죄를 짓는 것 같아서 나는 컵라면에 물을 붓곤 했다. 실상 들어가는 품이나 값이나 미국에선 대충 비슷하지만서두. 그러고 보면 찹쌀떡은 용케 거리낌 없이 먹는구나 싶다. 어느새 필요 경비라 믿고 있나.


요즘은 단 것을 많이 먹는다. 양도 양이고, 앉은 자리서 한 통씩 해치워버리는 것도 문제다. 요즈음엔 운동을 하기도 어쩐지 죄를 짓는 것만 같고, 야식도 일상이 되었다. 나는 어쩌면 조금 불안한 게 아닐까. 식곤증으로 겨우 잠이 드는 매일 밤이나, Spitz의 "벌꿀" 앨범을 자꾸만 듣는 아침들은 또 우연인가.


지난 주 어느 밤이었다. 잠이 오질 않아서, 그리고 냉장고에 바로 먹을 수 있는 게 딱히 없어서, 찹쌀떡 8개들이 반 통을 다 해치우고 말았다. 당이 올라서 머리가 핑 도는 것을 나는 기회의 창이라 부른다. 그 기운이 가시기 전에 눈을 질끈 감고 나는 까무러치듯 잠이 든다. 하지만 그러고 나면은 당연하게도, 찹쌀떡을 다시 쟁여놓으려 다음 날엔 한인마트엘 가야만 했다. 찹쌀떡은 반드시 달고, 기다림이고, 따라서 필요한 것이므로.


화창했던 그 날 오후, 남들 일하는 시간이라 텅 빈 도로 한 켠에, 갤런 당 5불이 다 된 기름값이 붙어 있었다. 간밤에 코 박고 먹어치운 불안감이란 비싸게도 먹히는구나, 운전해서 가는 십여 분 동안 그런 하릴 없는 생각을 했다. 알면서도, 나는 자꾸만 무얼 집어삼켜서야 내 안의 불안감을 달래려 한다.


어떤 시인은 "우연에 기댈 때도 있었다"고 시집 제목을 장절하게도 지으셨던데, 서른 전에는 반드시 죽을 요량으로 이십대를 살던 나는 시나브로, 우연에 기대지 않고서는 살 수 없게 된 덩어리가 되었다. 갖은 의혹과 뉘우침으로 둔중해진 몸으로 나는 기다리고, 기원하고, 또 찹쌀떡을 먹는다.


그러니 앞으론 부엌에, 나의 가장 저속한 부분에, 거울을 하나 사서 두어야겠다. 징크스를 끊어낼 용기도 없고, 거울도 싼 걸 찾아 사겠지만서두. 지난 금요일 인터뷰 하나를 괜찮게 보고 의기양양해졌던, 그런 잘고 부끄러운 태도와, 또 일요일 오늘 밤을 새워 과제 하나를 제출하고 나서는 불안한 마음을 무릎으로 감싸 안는 오늘 역시도 나는 싸고 작은 거울을 닮은 글로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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