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물

by 김간목

자정 전, 빗소리가 잠깐

세상의 윤곽을 들려준다

맑은 음은 아마도 금속

탁한 음은 아마도 노면


나는 상상을 하게 된다

가로등 불빛이 수막에 산연하는 소리나

풀잎이 몸을 뚝뚝 떨구는 소리나

그처럼 모두들 앓는 소리를


자정 전, 빗소리에 귀를 기울이면

앓는 소리는 어느덧 잦아들고

바람과 함께 곡소리로 바뀌어드는

오늘의 역치를 세상이 들려준다


아, 그런 윤곽을 나는 허깨비처럼

내가 들었다고 생각하다 말다

기운 없이 찻물 끓는 소리로 그만

앓는 소리를 마저 대신하고 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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