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필요, 내일의 필요, 그리고

by 김간목

올해는 하는 일이 다 잘 된다던 토정비결, 그러나 미루지 말라던 그 말이 벌써 5월이 되어 나를 찌른다. 하는 일마다 조금씩 비껴 가는 올해, 5월은 또 왜 이리 조석으로 추운가. 확인할 때마다 좋지 않은 소식만 날아들어, 받은 편지함을 열어보는 것이 두렵다. 일이 잘 되지 않을 때는 가만 있으라던 누군가의 말이 생각나지만 머릿속엔 내가 망쳐놓은 일들이 헛돌고 길게 손에 잡히는 일도 없으니, 사소한 일 하나 해치우기도 영 쉽지 않다. 그런 와중에 불안해서 뭐라도 하려 하다보면, 잡는 일마다 허탕을 치기 일쑤다. 그래서,


뱃속에 무게추가 들어앉아

10분 마다 굴러다닌다.


10분 앉아있는 것이 힘들어, 10분 마다 하는 일을 바꾼다. 오늘은 그렇게 앉아 있었다. 며칠 전엔 마음이 정리됐다고 생각하고 12시간을 내리 공부했건만, 오늘은 또 왜 이러는지. 씩씩한 사람이었다가, 아니었다가, 불안감이란 그런 것인지. 근원이 해소되기 전엔 어쩔 수 없는 일인지.


설거지와 빨래가 밀려 있고,

머리를 뉘여놓아도 어째도 아프기만 하다.


인스타그램엔 행복한 사람들, 제 할 일이 분명한 사람들과 앞으로도 할 일이 분명한 사람들이 웃고 있다. 나도 저들 중 하나였겠지 - 저렇게 환히 웃은 적은 없었지만.


내 웃는 사진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다 때려치고 한국엘 들어가 버릴까. 내일은 또 무슨 좋지 않은 소식이 날아들까. 나는 10년 뒤에 어디에 있을까. 아니, 당장 내년엔 어디에 있게 될까. 이랬더라면, 저랬더라면, 오늘 한 일이라곤 결국, 오로지 그렇게 줄줄이 늘어선 미련들을 되짚은 것들.


노을빛이 몇, 기러기의 모습으로

러시안 블루의 하늘을 가로지른다.


할 일을 산처럼 쌓아두고서도, 나는 왜 다시금 찬 바람만을 가슴에 담는지. 남들은 이 일들을 하지 않아도 됐다는데, 나는 왜 이런 일들을 뱃속에 우겨넣고 또 매일 같이 게워내야만 하는지.


노을빛 하나, 비행기의 모습으로

러시안 블루의 하늘을 가로지른다.


오늘은 아예 쉬어버릴까 하다가도, 20분 이상 쉬는 것도 쉽지가 않아 다시 책상 앞에 앉는다. 뭐라도 해야겠지. 작은 일감을 하나 해치워서 누군가에게 보내려 한다. 요즘 미안하단 말, 고맙단 말만 줄창 해대서 그런지, 나도 이제 누군가에게 고맙단 말을 듣고 싶다. 아니, 그저 어떤 말이라도 듣고 싶은 마음이다. 내 팔자란, 어쩜 이리도 사나운가.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나. 일감, 일감을 다오.


유리창 하나, 5월에

오늘 유난히 차갑다.


벌써 10분이나 앉아있었다. 고통스러운 글을 썼다. 그래서 보잘 것 없는 글이 되었다. 일이 잘 되지 않을 땐 아무것도 하지 말라더니, 나는 마침내 시 쓰는 법조차 잊어버린 것 같다. 술을 마시면 불안감이 나아질까 싶었지만, 머리가 더 아파졌다. 아픈 머리를 꼿꼿이 들어본다.


머리가 말한다.

나도 쓸모 있는 사람이예요.

발이 말한다.

일단 창문을 곧 닫아야겠구나.


글을 쓰고 있자니 어쩐지 마음이 조금 진정되는 것 같지만, 고통은 분명히 돌아올 것이다. 여기, 작은 일 하나를 얼레벌레 마치고 내일은 가능하다면 고맙단 말을 듣자. 나는 그게 오늘 필요할 것 같지만, 내일도 아마 필요한 날일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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