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상한 나뭇가지들 사이로
노을이 나보다 빨리 걷는 날,
묻는다:
어스름한 저녁이면, 신호등과 가로등은 어째서 대체로 같은 밝기인가
말은 돌아오지 않으므로 나는 턱을 파묻고 잠시 생각하면,
폭포수처럼 떨어지는 붉은 빛이
그럴 리가 없다고 뒤통수를 토닥인다
정말로 그런가?
뒷목을 길어올리면 오,
구김살 하나 없는 하늘이
정말로 파랗다
그러나 사람은 머리 위 하늘만 보고선 걸어갈 수 없는 거라며 보채는 구둣발, 그 속이 새카매서
나는 타이른다:
앙상한 나뭇가지들 사이에서 지금 나는
남은 빛줄기를 고르는 중이야
노을이 나보다 더 빨리 거둬들이는
오늘 속, 어스름한
시선은 돌아오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