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었다 난 가슴 속 자리에
어제는 비가 왔고
오늘은 싸락눈이 내린다
목도리를 매었다
눈은 쌓이지 않는다
비는 어제 흘러가고 이제 없다
유리창에 선명하게
검은 파카 입고 검은 책가방을 맨 내 옆모습이 비친다
껍데기가 단단해져간 12월
고이지 않고 흘러가기만 하는 1월
들었다 난 가슴 속 자리서
점점 메아리치는 어색함 따위에
정의 없음
승강장에서 목도리 풀어놓다
그러는 내 눈에 문득, 지하철의 옆모습이 들어오다
구멍 속에서 칠흑처럼 유리창
혹은 줄이 2개인 화살표처럼
비추다
다음 승강장은 뭐죠
무엇이 들고 무엇이 나가죠
이곳에서 저기로
이곳에서 저기로
나는 이항한다 부지런히
함수로부터, 나는 연역한다
어제는 비가 왔고
오늘은 싸락눈이 내린다
비 온 자리는 어제 다 말랐고
싸락눈은 쌓이지 않는다
깨달음의 사건은 없고
닫히는 문을 주의하시라는 말에 어쩐지 메아리가 있는 오늘,
찬바람은 어디에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