깎아야 하는 코드는 토막이 난
사람의 말이다
밤 10시
퇴근길
지하철
앉는다, 다리
위에 팔
없는 가슴, 회사에 두고 온, 그리고, 머리,
자꾸만 떨어진다
고간으로
오늘은 열차가 집으로 가지 않는다
갈아타시라는 말에 나는 내려 걷겠노라 하고
그러면 내 다리, 내 허리,
그게 무슨 말이냐 되묻는다
- 이것은 사람의 말이다
팔, 말이 없다 웬종일, 타자를 친
손톱, 자랐다, 깎아야 하는
삶, 깎아야 하는 코드는 토막이 난,
사람의 말
팔과 다리, 좌석 위에서
덜컹거린다, 꼬리뼈
삐걱인다, 지하철
덜컹거린다, 허리
꽹꽹거린다, 말소리
덜컹, 모가지
파르르, 머릿속, 떨림, 웃음소리, 눈꺼풀,
죄 덜컹거린다, 토막들이다, 토막이 난
사람들의 말이다
올려본다, 차량의 등딱지, 아마도 내 몸통이 밖에서 들여보내 달라고, 좌우로 열차를 두들기고 있다
급정거, 몸통, 어데 가노, 헐빈한, 내장, 해저터널,
비어 있다 우리는
빈 곳으로 간다 밤 11시 넘어, 아무도 없는
이불 속으로
별이 빛날 게외다 오늘도
빨아야 하는 이불 속, 오늘도
선풍기 바람을 타고, 오늘도
깊은 밤을 날아, 오늘도
몸통이 텅 빈, 팔다리들을 오늘도
죽어라, 죽어라며 짓무른 명줄을
꿈결처럼 오늘도, 이 밤도,
내일 밤으로,
지겹도록 이어붙이고 있을 게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