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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엔 참았지만 지금은 말한다

by 행북

요즘 나는,

예전 같으면 그냥 웃으며 넘겼을 말들을

그냥 넘기지 않는다.


오늘도 단체 채팅방에서

한 친구가 내게 말했다.


“채팅창도 안 읽고 자기 할 말만 하네.”


그리고는 또 뭔가를 덧붙였다.

예전 같았으면,

그냥 웃으며 넘겼을 말이다.


하지만 이제는

“너 T지? 고친다고 했잖아.”

되묻는다.

숨기지 않고 말한다.


그리고 그날 밤, 남편과 오래 이야기했다.

내가 왜 이렇게 반응하게 되는지를.


직장 생활을 하며

무례한 사람에게 바로 선 넘었음을 알리는

작은 훈련들을 스스로 했다.

말을 아끼던 내가,

집에서 연습도 하고,

속으로 대사까지 외웠다.


그래서 그런 걸까.

요즘의 나는,

조금만 심기를 건드리는 말에도

그 자리에서 말한다.


이 모습이

마음이 세모가 된 걸까?

아니면,

무례함에 무너지지 않기 위해

배운 생존법일까?


그 질문을 두고 한동안 스스로와 토론했다.

지금 내 마음은 편안하다.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나는 더 이상

그냥 참는 사람이 아니다.


“내가 변한 게 아니다.

이제는 나를 함부로 대하지 못하게 한 것뿐이다.”

-SNS 유행 문장


자꾸 짚고 넘어가는 게

예민해서가 아니라,

이제는 참고 넘기지 않기로 한

내 선택일 뿐이다.

그리고 그건

나를 위한 길이다.


“당신이 바뀐 것이 아니라,

당신이 이제 더 이상

스스로를 버티게 내버려 두지 않는 것이다.”

-나이팅게일 저널 중


‘선’은 타인을 밀어내기 위한 게 아니라

나를 지키기 위한 울타리다.

나는 지금,

더 부드러워지기 위한

정리 과정을 지나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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