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사람 잘 봐. 눈빛만 봐도 알겠더라.”
이런 말을 하는 사람들을 몇 번 마주쳤다.
그럴 때면, 나도 모르게 동공이 흔들린다.
눈빛만 보고 사람을 판단한다는 말이
어쩐지 무섭고, 낯설게 느껴진다.
이 이야기를 남편에게 꺼냈더니,
그럴 땐 그냥 “와, 대단하시네요~” 하고 웃으며 넘기면 된다고 했다.
세상과 굳이 부딪히지 않고,
유연하게 흘러가는 그의 태도가 부러웠다.
나는 그렇게 쉽게 흘려보내는 법을
아직 잘 모른다.
얼마 전, 예전부터 좋아하던 지인을 오랜만에 만났다.
무려 7년 만이다.
나보다 열 살은 많은, 인생 선배 같은 사람.
예전엔 편안하고 따뜻하게 느껴졌던 대화가
이번엔 어쩐지 조금 답답했다.
내가 꺼낸 이야기들이
하나하나 비판의 대상으로 느껴졌다.
다름을 인정하기보다는,
자기 기준 안에서만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듯한 말투.
그 순간, 나도 모르게
다시 ‘연구 모드’에 돌입했다.
왜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고집이 세지는 걸까.
왜 자기가 옳다고만 생각하게 되는 걸까.
명확한 해답은 없지만,
하나만큼은 분명히 다짐하게 된다.
나는,
다름을 불편해하지 않는 사람이고 싶다.
“다름은 틀림이 아니다. 다름을 품는 만큼 사람이 넓어진다.”
– 이문열